리뷰

션스
2025.01.06
실체가 없는 허상을 좇던 자
영화는 양도현이라는 캐릭터가 왜 그렇게 돈에 집착하는 건지 이해할 수 있게끔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보여줬다. 도현의 엄마가 목표로 내세운 게 아들의 성공이었다면, 도현의 인생 목표는 엄마가 말하는 성공에서 더 나아가 엄청난 돈을 손에 쥐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남다른 인식을 가진 도현이 그 돈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었다. 마미 코인을 개발한 도현은 성공을 하긴 했으나 그 성공이 실패로 이어질 거라는 건 예견된 것이었다. 가만 보면 도현은 어릴 때부터 허상을 좇았기 때문이다. 그건 엄마로 비롯되었는데 누군가에게는 신실한 믿음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허상처럼 보이는 무당이나 굿과 같은 것들을 어릴 때부터 접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무당의 허황된 말만 듣고 대치동으로 위장 전입을 했을 정도이니 도현 역시 그 영향을 심하게 받았을 게 당연했다. 그래서 대학생 때 실제로는 없는 거나 다름없는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청년 창업 지원금을 수도 없이 받아낸 것이었다. 알맹이가 없어도 겉만 번드르르하면 통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도현은 더 큰 이득을 노리고서 엄청난 투자금까지 받게 되었다. 투자금을 이용한 사업이 오로지 자신의 선에서만 그쳤다면 실패도 온전히 도현의 몫이라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다른 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한 코인이었기에 문제가 됐다. 코인 역시 가상 화폐라는 이름처럼 현실에서는 보지도, 손에 넣을 수도 없는 것이지만, 누군가는 가상 화폐에 투자해 인생을 역전했다는 소문이 흐르고 또 흘러 여러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 사태가 엄청나게 커진 것이었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세세하게 다루기보다 도현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흐르며 그가 왜 성공이 하고 싶었는지부터 시작해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보여줬다. 타임라인 중심의 전개가 아니라 도현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흘렀기에 그의 욕망을 확실히 느낄 수는 있었지만, 감정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마치 악당이 왜 악당이 되어야 했는지 서사를 보여줌으로써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내용의 영화라면 응당 기대하기 마련인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 단편적인 진행으로 생략된 부분이 더러 있었기에 흥미가 일지 않았다. 영화와 현실을 별개로 여기고 싶어도 워낙 손을 더럽혀서 성공했다가 실패했다고 보기 어려운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 재미로만 볼 수 없기도 했다. 영화 <폭락>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이고, 故 송재림 배우의 유작이 된 영화다. 영화는 예상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와 과정이 있었지만 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가 코인에 대해 모르고 관심조차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거기다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인물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부분이 영 와닿지가 않아 아쉬웠다. 코인이나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또 지금도 누군가는 엄청난 돈을 벌고 있을 테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그것들이 허상인지 아닌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확한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할 텐데,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노릇이라 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뛰어드니 말이다. 그런 정보를 올바르게 선별할 자기만의 잣대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