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션스
2025.01.09
스포일러 주의!
헤어짐에 대한 잔혹한 이야기
영화는 죽음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야만 했던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죽음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이기에 어린 소년에서부터 나이 든 부인, 그리고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떠난 이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난 후 남은 이들에게는 떠난 이의 흔적과 미처 수습하지 못한 슬픔만 있을 뿐이었다. 그로 인해 남은 이들은 늘 슬픔 속에서 일상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죽은 자들이 죽은 모습으로 살아 돌아오면서 영화는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좀비인 게 분명한 그들이었지만, 여느 좀비 영화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조용하게, 대사보다는 상황을 보여주며 진행되었다. 남겨진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왔을 때 처음엔 놀랐고 그다음엔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 죽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고, 누군가는 꽤 시간이 흘러 죽음을 받아들이고도 남았을 상황이었지만 마음만은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죽은 지 오래되어 더러는 생기가 전혀 없는 얼굴이었어도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집에 들이고 보살피던 행동은 죽음을 초월할 정도로 애정이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오긴 했어도 생명의 빛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에바, 엘리자베트, 안나의 아들의 행동을 보며 처음엔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제각각이었던 그들의 행동에 일관적인 무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살아 숨 쉬고, 움직이고, 음식을 먹는 행동을 거부하는 죽은 자들의 태도라 여겨졌다. 그러다 이들의 행동에 헤어짐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죽은 자들이 살아 있는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로 사랑하는 이들 곁에 돌아온 건 제대로 헤어지기 위함이라고 말이다. 그리움이라는 감정들이 누군가에게, 특히나 죽은 자들에게 가닿을 수 없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염원이 닿아 죽은 자들이 끝맺음을 위해 살아 돌아온 거라고 보였다. 처음엔 기이하게 여기며 이내 반겼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헤어짐을 해야만 했다. 그 헤어짐이라는 게 너무나 잔인할 때도 있었고 비극적이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스스로 헤어짐을 선택해야 했다. 원래 이별이란 게 잔인하듯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 또한 잔혹한 게 당연했다. 산 자는 물론이고 죽은 자까지도 이별이라는 끝을 제대로 맺어야 앞으로, 있을지 모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개봉을 앞둔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은 독특한 이들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쓰는 욘 A. 린드크비스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모두 보게 되었는데, 자주 접한 건 아니라고 해도 인상에 남을 만큼 독특한 영화들이었기에 이 영화 역시 어떤 스타일로 진행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보게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잔잔하게 흘렀고 주제 또한 모호해서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는 있었는데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불호가 많을 것 같은 영화인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