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na09 님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리뷰 - 키노라이츠
드라마 / 2019

2020.02.25 11:01:33
누구에게나 망할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꽃 피는 봄 찬실이가 몰고 올 복덩이로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길 바란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주인공 찬실을 통해 꿈을 좇는 과정을 경쾌하게 따라가고 있다. 꿈은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연이은 실패까지도 아름답게 그린 과정에 박수를 보낸다. 살면서 굴곡진 오르막과 내리막을 여러 번 겪겠지만 그때마다 찬실이를 떠올리며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법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꼭 무엇이 되어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만 꿈을 이룬 건 아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줄 때 우리 인생은 반짝반짝 윤이 난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 내 인생운은 언제 터질까? 가족, 사랑, 돈, 일 복?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일은 평생 던져야 할 물음 같다. 영화는 김초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엮어 만들었다. 영화 곳곳에 사소한 트리비아가 숨겨져 있고 찾는 재미도 있다. 영화 PD로 일하면서 들었던 생각과 시련 앞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일 밖에 모르던 찬실(강말금)은 나이 사십에 직장을 잃었다. 실직 전 직업은 영화 프로듀서. 영화 크랭크인을 앞두고 안 좋은 일이 생겨 모든 것이 무너진 상태다. 시쳇말로 망했다고 할 수 있다. 집도 남자도 직장도 모아둔 돈도 없는 찬실은 밑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해온 거라고는 영화뿐인데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게 가당키나 할까.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아무도 찾지 않는다. 요즘 들어 진짜 내가 영화를 좋아하긴 하는 건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감독하고만 작업한 대가는 참혹했다. 영화하다가 연애도 제대로 못했다. 시집은 못 가도 영화는 찍을 줄 알았는데 날벼락은 뭔가. 급기야 제작사 대표까지 이별을 고했다. 도무지 이 바닥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매일 덮친다. 그러던 중 친한 배우 소피(윤승아)의 가사도우미로 취직하기에 이른다. 이렇게라도 백수 생활을 면하고 있던 찰나.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배유람)을 만나며 엉뚱한 상상에 빠지게 된다.

영화 속에는 세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자기 삶을 충실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사람(소피), 별로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주인 할머니),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사람(찬실)이다. 세 캐릭터는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자아를 상징하고 있다. 영화를 보며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등장하는 당신의 페르소나에 공감하며 울고 웃을 것이다.

소피는 한 시도 집에 붙어 있기 싫어하며 뭐든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쁜 일은 빨리 잊어버리는 단순한 타입이다.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우리네 인생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대신 오늘 하고 싶은 것만 충실히 하면 행복한 주인 할머니(윤여정)의 인생론도 닮고 싶어진다. 하루치 할 일과 즐거움을 매일 갱신하는 과정도 쉬워 보이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세상은 내가 하고 싶다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어쩌면 무모한 욕심일 수 있음을 할머니를 통해 배운다.

마지막 찬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게 문제인 사람이다. 이때 장국영(김영민)이 나타나 자신을 깊이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고민 많을 때마다 찰떡같이 나타나는 장국영은 이상한 비밀을 품은 요정 같은 존재다. 그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도록 찬실을 독려하는 든든한 조력자다.

찬실은 삶의 행복을 위해서는 제일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함을 깨닫는다. 무엇이든 떠내 보내지 않고 쥐고 있으면 새로운 것이 채워지지 않는다. 밑바닥까지 떨어져 봐야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긴다. 몽땅 가지고 싶다는 마음만 버리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행복도 스스로 갱신할 수 있다.

찬실의 모습에서 비슷한 모습을 발견했다면 착각일까. 어떤 순간이든 찬실처럼 “영화 같네”를 외치던 때가 생각났다. 모든 삶이 영화의 프레임에서 시작해 끝났고 영화로 받은 스트레스 영화로 풀기도 했다. 영화를 통해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인연도 많이 맺었다. 영화는 끊을 수 없는 경미한 마약과도 같았다.

때문에 찬실이가 무척 부러웠다. 가진 게 많아야만 복이 많은 게 아닐 거다. 삶을 사는 과정에서 즐기면 그게 복이 많은 게 아닐까. 영화 제목대로 찬실이는 복도 많다. 비록 가진 것도 없고, 연애도 일도 돈도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 보이나 알고 보면 찬실 주변에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지금 당장 어두운 길을 걷고 있지만 주변을 비춰주는 사람들 때문에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잘 안될 때, 스트레스로 한껏 무기력해지고 힘들 때, 선택의 기로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준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찾던 파랑새가 멀리 있지 않음을 우리는 알면서도 종종 잊고 살아간다. 영화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생각의 환기다. 2020년 당신의 복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 보자. 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복은 당신에게 넝쿨째 굴러들어올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볼 기회를 갖길 바란다. 당신의 복은 당신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비밀번호 재설정
새로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비밀번호 재설정
개인정보 취급방침 에 동의합니다.

문의 및 제안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 신고
편파적인 언행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정치, 종교 등
욕설 및 음란성
타인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주는 언행
개인 안전 보호
개인의 사적인 정보, 특정 개인에 대한 강도 높은 비방, 혐오 발언
도배 및 광고
영화를 보지 않고 남긴 것이 분명한 리뷰
스포일러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