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8.2/당신들의 실존을 기억하며, 분명 실재했던 아픔을 떠올리며, 지금의 이 상처와 고통까지 아우르는 사소하고 소소하지만 값지고 뜻깊은 여정.

8.2/당신들의 실존을 기억하며, 분명 실재했던 아픔을 떠올리며, 지금의 이 상처와 고통까지 아우르는 사소하고 소소하지만 값지고 뜻깊은 여정. / 얼굴 모를 누군가들의 고통부터 아끼고 사랑하는 이의 상처와 고통까지 앞으로 잊지 않고 떠올릴 수 있겠다 싶은 자신이 생겼으니 이쯤에서 가족과 일상 속으로 복귀하는 모습. 고통을 극복해 나가려는 과정의 초입에서 일단은 존재했던 고통, 타인의 고통을 먼저 받아들인 뒤 자신의 것마저 직시하고 극심한 불안과 혼란에 정면으로 맞서게 된 모습. / 개인이 스스로의 상처와 고통을 마주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키워나가는 과정과 끔찍한 역사를 덤덤하지만 또렷하게 훑으며 기억해내고 받아들이는 여정을 절묘하고 매끄럽게 엮어낸 버디 코미디 로드무비. 인류에게 있어 끔찍하고도 부끄러운 역사를 상기시키고 기억케 하는 데서 보편적인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고, 개인이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고 이겨내고자 의지를 키워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치유극으로서도 보는 이들 저마다에게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임. 물론 단순 버디 코미디물로서의 소소하고 유쾌한 재미도 잡아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든, 무거운 마음으로 보든, 적당한 마음가짐으로 보든, 누구에게나 제법 괜찮게 다가올 만한 산뜻하고 담백하면서도 적잖이 묵직한 영화임. / 벤지 역의 키에런 컬킨은 왠지 낯이 익고 익숙했는데, 출연작들을 보니 관람한 영화가 <나 홀로 집에> 1편과 2편 밖에 없었음;; 사실상 초면인 배우였는데, 이 작품 하나로 단번에 이름과 얼굴, 연기 스타일, 존재감 등이 각인될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음. 상식을 비틀고 수시로 의외성을 보여주는 독특한 괴짜이면서도 마음 속에 깊은 상처와 고통을 품은 채 살아가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거의 혼연일체급의 몰입으로 표현해냈음. 캐릭터 자체부터 이미 범상치 않은 와중에 배우도 이를 제대로 연기해주니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했음. 제시 아이젠버그는 각본, 감독이자 주인공으로서 극 바깥에서는 물론 극 안에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율해주는 느낌이었음. 한 발짝 뒤에서 모두를 관찰하다가 적시에 적소에서 필요한 질문을 던지거나 상황을 만들어내고,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주인공으로서의 감정 연기 및 다른 캐릭터들과의 케미까지 소화해내는 일당백의 역할을 충분히 성공적으로 해냈음. 참으로 실력있는 배우이자 멋진 영화인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음. / 여러 의미있는 장소들을 인서트로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인물들이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특정 장소를 진득하게 비추는 식의 연출을 종종 볼 수 있었음. 마치 그 곳에 쭉 머물러 있다가 모종의 이유들로 인해 하릴없이 그 곳을 떠나갔던 이들을 기리고자 하는 듯했음. 일단은 상반된 성향의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버디 코미디물이기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유쾌하고 가벼운 편이었지만, 그래도 필요할 땐 결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며 해야 할 것들을 반드시 해내는 느낌이었고, 진득하게 응시하는 듯한 연출들이 바로 그 해야 할 것들을 묵묵히 해나고 있는 모습이었음. 또렷하게 훑어내고 기억토록 하는 일. / 처음에 예고편이랑 포스터 대충 보고 다니엘 래드클리프인 줄 알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