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안해, 기억할 수 없어서...

일주일에 D실버센터 건강장애 어르신 십여분과, S복지관 주간보호실 어르신 십여분을 만나면서 집단미술치료를 이끌어가다보니 노인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느끼는 게 많은 시간들을 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만나는 치매, 관절염, 뇌경색, 청각장애 및 언어장애로 고생하는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실버센터 혹은 복지관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대화하다가 다투고, 잠잠하다가 언성을 높이고, 편한 표정이었다가 투덜거리지만 결국 그들의 눈빛에서 서로를 향한 연민의 감정을 읽어내곤 할 때가 많다. 치매로 인해 잊기엔 너무 소중한 기억들을 잊어간다면...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하겠지, 그래... 미안할 거야, 그들을 기억할 수 없어서... 그들과 공유했던 추억이 하나하나 사라져 버려서... . . 영화 속 여주인공이 참 낯익다고 생각하면서 보았지만, 정작 그녀가 <닥터 지바고>의 '라라'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참 곱게 나이 먹었구나, 싶은 얼굴로 잔잔하게 솔직하면서, 모호하게 달콤하면서도 아이러니한 연기를 참 훌륭하게 소회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3월 31일 상암CGV에서 심야영화로 본 영화였지만 그 여운이 참으로 오래 가 이렇게라도 정리해 두어야 겠다는 생각에 평론가와 영화잡지에 실린 글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인상적인 부분을 다시 가슴 속으로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