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물들래
2020.03.03
비 오는 날의 영화데이트
비가 살랑살랑 내리는 2015년 4월 14일 화요일. 32년 룸에이트랑 우산 나란히 쓰고 홍대 롯데시네마로 향했다. [화장]을 볼까, [장수상회]를 볼까 고민하다가 사실 내심 [화장]에 더 끌리긴 했다. 그런데... [화장]은 우리가 간 시간에 단 2회 상영이고 [장수상회]는 6,7회가 상영이라 저녁 일정이 있어서 맞는 시간은 [장수상회]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 날씨도 무겁고 해서 기분 전환겸 [장수상회]를 관람하는 것도 나름 괜찮겠다 싶더라. 관람 후 평점은 별 세개 반. 30년 이상 살아온 부부에게는 웃으면서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게 해준 영화랄까? 암튼 소리내어 웃기도 하고, 어이 없어서 실소를 터뜨리기도 하면서 30년 전 개발되기 전의 수유리가 저랬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장면과 끝장면이 마음에 오래 남았던... 버스차장과 논두렁길, 코스모스길... 자연풍경이 더 오래남았던 영화랄까? 지난주에 관람한 영화라 곧바로 후기를 올리지 않아 그때의 감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긴 하다. 알츠하이머 치매,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 얼마나 마음 아픈 병인가? 얼마 전 관람한 [스틸 앨리스]를 통해 줄리언 무어의 열연을 보면서도 아... 그 비슷한 나이를 살아가는 내게 많이 와 닿았던... 누군가가 얼마 전 내게 묻더군. "정신이 멀쩡한 채 신체가 망가지는 병이냐? 신체는 멀쩡한 채 정신이 망가지는 병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떤 병을 선택하겠느냐고... 둘 다 선택하고 싶지 않다. 결국 암이냐 치매냐인데... 그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으랴. 그래도 선택해야만 한다면 전자를 선택할 것 같긴 하다. 아... 그래도 이런 선택을 강요하는 건 너무 싫어.ㅠㅠ 여기-지금-순간을 잘 살아야 할 필요성을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영화라고 하겠다. 순간 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 전체가 되니 말이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룸메이트와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 감상을 나누고 우산을 함께 쓰고 나란히 걷고 있는 우리의 삶에 서로가 나름 만족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박근형의 연기는 역시 빛났고 자연스러웠다. 장수상회에서 일하다가 거울을 보면서 미소짓는 연습을 하는 장면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 하겠다. 입만 웃는 게 아니라 눈과 얼굴 피부 모두 함께 웃어야 진짜 웃음임을... 그 웃음이야말로 상대에게 그대로 전해짐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놀이공원에 가서 회전목마를 타고 싶었다. 봄나들이로 놀이공원만한 곳이 또 있을까? 예전 아이들 어렸을 때 정말 자주 놀러갔던 용인 에버랜드, 그곳에 가서 모든 놀이기구를 섭렵하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그동안 괜히 꼴보기 싫었던 짝꿍이라면 어렵겠지만 이 영화를 함께 관람해 보라. 아마 그러고 나면 그 짝꿍이 조금은 예뻐 보일 수도 있을 영화란 느낌이 드는 영화랄까? 홍대에 새로 오픈한 쭈퐁(쭈꾸미 퐁당 빠진 날)에서 매운 철판쭈구미볶음을 먹고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지난 날 추억담을 나누며 즐거운 데이트를 즐겼던... 함께 우산을 받쳐들고 홍대 거리를 걸으면서 문득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와 한석규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날 인문카페 창비에서 저녁 시간 제주도의 작가 현기영과의 만남의 시간을 갖고 귀가. 지상의 숟가락 하나, 라는 그의 책을 다시 조심스레 펼쳐들어보기도 했던 저녁 시간을 회상하며... 얼마나 집중적으로 쓰는가? 요즘 내게 강하게 꽂히는 멘트이기도 했다. 제주에는 300여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그 오름 중 새별오름과 아부오름을 지난 주말에 다녀왔었지.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다시 그 오름에 올라 하늬바람을 맞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그 오름에 서서 주위 풍광을 보노라면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른다고 했던가? 그 눈물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름을 오르면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정말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현무암과 푸른바다가 만나서 피워 올리는 하얀 구름을 다시 만나보고 싶었다. 그 풍광 아래서 뜨거운 눈물 한 줄기 흘려도 좋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