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교차 시각 관점의 영화

웬들린 밴 드라닌의 원작소설 [두근두근 첫사랑]을 배경으로 롭 라이너 감독이 2010년에 만든 영화 플립. 영화로 먼저 만났는데 관람 후 예쁜 영화, 행복한 영화로 각인 될 정도로 나를 사로잡았던 영화였다. 이후 가족 영화 추천을 요청한 분들에게 1순위로 이 영화를 권하곤 했다. 롭 라이너 감독의 작품은 믿고 보는 편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져리] [스탠 바이 미] [어 퓨 굿 맨] [버킷 리스트] [대통령의 연인] [스토리 오브 어스] 등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 [플립]은 원작소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 작품이다. 배역을 어떻게 그렇게 잘 캐스팅했는지. 특히 줄리역을 맡은 매들린 캐롤의 미소는 영화 보는 동안 내게 행복바이러스를 뿅뿅하고 날려주는 기분이었다. 줄리의 미소와 순수한 영혼은 한 마디로 그 어떤 영양제나 비타민제보다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이 작품의 원제이기도 한 '플립(flip)'이라는 단어는 '뒤집다'는 뜻도 있고 정신이 나갈 정도로 열중한다는 뜻도 있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빠진 줄리와 브라이스의 입장이 뒤바뀌면서 두 아이의 세계도 뒤집히는데 그 과정이 무척 재미있게 그려졌을 뿐 아니라 감동적이기까지 한 이유는 소년 소녀의 성장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에게 있어 첫사랑이자 짝사랑의 아픔은 곧 성장통을 의미한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풍경의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원작과 영화는 독자와 관객에게 찬찬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브라이스와 줄리, 이 두 소년과 소녀의 교차 시각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과 나카에 이사무 감독의 [냉정과 열정 사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교차 시각 관점으로 이루어진 작품이기 때문이겠지. 남자의 시선 여자의 시선,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더라도 후에 남자와 여자의 기억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 냉정과 열정 사이는 각각 남성의 관점, 여성의 관점에서 쓰여진 원작을 영화로 풀어냈다. 영화는 가끔 꺼내보고 싶게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아아~ OST까지 마음에 들어. 혹자는 아오이역 캐스팅에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나름 괜찮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침묵도 대화임을... 더없이 소중한 소통임을... 내가 정말 아끼는 웰메이드무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