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구마보다 구마 승인 받는게 더 어렵다더니 영화도 구마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다

시사회로 먼저 본 가족이 보다가 졸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너무 안 해서 그런가. 훨씬 참담한 완성도의 작품을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가족이 보고 와서 왜 그렇게 재미없다고 욕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했으며, 나 역시 트집 잡고 싶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우선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구마 의식까지 가는 길에 볼거리가 너무 없다. 아무리 구마보다 구마 승인 받는 게 더 힘들다고 해도 중반부를 너무 엿가락처럼 늘어진다. '희준'을 '효원'에게 데려가 굿을 하는 장면이나 수도원 장면을 더 자세하고 강렬하게 연출하거나, '유니아'와 '바오로' 혹은 고위성직자들 간 갈등을 더 극대화해서 보여줬다면 좀 더 보는 맛이 있었을 것 같다. 구마 의식 장면도 앞선 늘어짐을 상쇄할 만큼 잘 뽑힌 편이 아니며, 임팩트가 부족했다. 작중 악마의 대사처럼 뭘 했다고 벌써 이름을 묻는 건지 모르겠고, 악마 역시 수녀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바오로 신부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 또한 아쉬웠다. 바오로는 의학의 힘을 믿으며 부마 현상은 없다고 확언하지만, 희준을 봉쇄 수도원에 데려갔다가 험한 꼴을 본 뒤 바로 꼬리를 내려버린다. 후반부에는 캐릭터의 존재 의의가 없어져서 하는 일도 딱히 없다. 바오로가 유니아를 더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인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미카엘라' 역시 <검은 사제들>의 '최 부제'에 비해 캐릭터의 성장이 잘 보이지 않았다. 유니아를 향한 감정선도 와닿지 않아서, 막판에 울고불고하는 게 다소 뜬금없어 보였다. 문우진 배우에게는 미안하지만, 전작의 박소담 배우가 보여준 부마자 연기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이번 영화의 희준은 진짜로 사악한 악마에 씐 것이 아닌, 사악해 보이려고 애쓰는 느낌이 강했다. 유니아 역을 맡은 송혜교 배우는 발음은 좋았지만, 영화 내내 목소리 톤과 억양 변화가 거의 없어서 어색했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 역을 맡아 보여준 연기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여서 더 실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