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Pauline
Pauline

Pauline

2020.03.22

이스트우드 없는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근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를 설명할 수 있다면 두 분류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등장시키며 노쇠한 육체가 하나의 스펙타클한 이미지로 작동하며 시각적 충격을 안겨줌과 동시에 시대화 불화하며 반성없는 현대의 서부사나이를 보여주는 게 <더뮬>, <그랜토리노>와 같은 영화들이었다면, <리차드 쥬얼>은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과 <15:17 파리행 열차>와 마찬가지로 미국 사회 소영웅의 실화를 들여다보는 영화로 쓴 역사다. - <리차드 쥬얼>과 같이 후자의 작업들의 흥미로운 부분이라면 실존 인물들의 형상이 영화 속에 지속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엔딩 신에 등장하거나(설리) 직접 배우가 되기도 하며(파리행 열차) 실존 인물과 닮은 배우를 기용하며 영화 중간 인터뷰 장면에 실제 기록 영상을 삽입하는 방식(리차드쥬얼)으로도 그려진다. 실제와 가상 인물들이 혼재하며 형성되는 긴장을 배우와 실존 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중립적 표면, 일종의 인터 존(inter zone)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 혹은 인물이 픽션과 실제 사이 중립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것 뿐 아니라(홍상수의 영화들이 대게 이런 식으로 그려진다) 아예 특정 시공간의 재현이 중립적 표면의 방식으로 묘사된다는 데에 <리차드 쥬얼>은 이스트우드 없는 이스트우드의 영화가 지닌 기괴함의 정수같은 영화다. - Ps. <쓰리 빌보드>에서의 샘 록웰이 연기한 배역이 리차드 쥬얼과 겹치는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점도 재미있는 시사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