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항빈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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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은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소모품 인간인 미키가 어느 새 프린트된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SF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3번째 할리우드 영화인 이번 작품에서는 여러 장르와 주제를 혼합하는 그의 특유의 장점이 잘 발휘된 영화였다. 영화는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러 가는 정치인의 함선에 소모품 인간으로 탑승한 주인공 미키에 대한 이야기다. 그곳에서 그는 여러 번 죽음을 경험하게 그때마다 저장된 기억과 함께 신체가 재생산된다. 하지만 그가 죽을 줄 알고 다음 미키를 이미 프린트해버리고, 두 미키가 조우하게 되며 미키들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꽤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즐길거리는 풍부하다. 복제인간이라는 SF 주제에 따라붙는 테세우스의 배 인간 버전의 고찰을 통해 인간과 자아란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이야기가 미키의 여정이다. 한편으로 영화는 권력자의 횡포, 특히 맹목적 신앙, 물질적 기업 논리, 독재적 정치 행위가 하나로 섞인 개척 함선의 작은 사회라는 배경을 통해, '설국열차'나 '괴물'의 주제 의식들이 엿보이기도 했다. 또한, '옥자'에서처럼 영화는 자연과 사람의 공존과 공생에 대한 고민도 다룬다. 이 모든 것을 엉뚱한 코미디와 끔찍하고 잔인한 디스토피아 SF의 장르적 믹서기로 잘 섞었다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이 여전히 살아있는 영화였다. 이 특이한 세상에 모든 배우들은 각자 웃기고 재밌으면서도 인간적인 연기를 잘 보여줬지만, 역시 로버트 패틴슨의 1인 2+역이 그 중에서 최고였다. 또한, 정재일의 음악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으며, 기존 할리우드 SF 대작과는 색다른 톤을 주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봉준호의 SF 영화들에서 매번 느끼지만, 시각효과도 흠잡을 때가 없으며, 특히 1인2역을 촬영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수행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도 꽤 남는 영화였다. 아무래도 꽤나 설정이 복잡한 영화다보니 초반과 후반에 영화의 전개가 조금 난잡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긴 했고 그 덕에 보는 동안에는 지루할 틈이 없었으나, 대신 그에 비해 여운이 생각보다 별로 안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