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잊어야 하는 용기

멜로/로맨스 하면 항상 거론되는 명작 [이터널 선샤인]을 봤습니다. 그 명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참 보기 망설여지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이별의 상처가 남아있다면 보는 것을 삼가라"라는 감상평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잊었었는데 이렇게 남는 시간에 보게 되었네요.​ 기억을 지워주는 서비스를 이용해 연인이었던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고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조엘'. 인연의 기억을 하나하나 추적하고 지워가는 참 보는 것만으로 쓰라린 이야기입니다.​ 뮤직비디오 감독이었던 '미셸 공드리'의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기억 속 공간을 재현한 몽환적인 연출이 언제 봐도 신선합니다. 딱히 화려한 CG로 뒤범벅된 영상은 아니지만 굉장히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것이 "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지요. ​ 시작은 다소 산만하고 어지럽지만 그 어지러운 퍼즐들이 깔끔하게 짜 맞춰지는 구성도 그렇고 퍼즐 조각 하나하나의 디테일들이(특히 클레멘타인의 머리색 같은) 풍부합니다. 그래서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감상평이 괜한 게 아니겠구나 느껴집니다.​ 그리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짐 캐리'의 연기력. 그의 풍부한 표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이 꼭 코미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기에 짐 캐리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이만큼 깊이 있고 또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언어는 다르더라도 조엘의 그 절박한 심정이 너무나도 날카롭게 전달되더랍니다. ㅠㅠ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도 사랑 그리고 연애에 대해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좋을 때는 한시도 떨어지기 싫을 정도로 좋지만, 멀어지면 한없이 잔인하게 미워지기도 하는... 감성과 이성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혼란스러운 이별의 순간까지도 말이지요.​ 사랑하는 이와의 모든 추억은 소중하다. 그것이 꼭 좋은 순간이 아닐지라도...라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게 합니다.​ 조엘과 클렘이 꼭 다시 행복해졌을까?에 대해 저는 다소 부정적입니다. 서로의 흠결을 양보하고 타협하는 관계로 나아갔다면 모르겠지만 참 사람이란 건 변하기가 어려워서... 어쩌면 이별의 두려움 때문에 자기를 파괴하는 관계를 억지로 힘겹게 지속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로맨스 영화는 달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틀을 깨는 신선함도 그렇지만 지난 이별의 기억들에 대해 잘 견뎌냈다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므로 혹시 저처럼 감상을 미루는 분이 있다면 그냥 보시기를...!!

https://cloud2ind.blog.me/221874590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