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기억을 잃은 소녀 -​ 10년 전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가 일어난 시설에서 홀로 탈출한 ‘자윤’(김다미)은 이후 모든 기억을 잃고 노부부에게 키워져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자랐다. 이후 어려운 집안사정을 돕기 위해 상금이 걸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그런데 방송이 나간 이후부터 의문의 인물들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마녀>(2018)는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다. 그 동안 <악마를 보았다>(2010)와 <부당거래>(2010)에서 각본을 맡았고, <신세계>(2012)로 감독 데뷔,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만든 두 작품에서는 흥행에 실패하면서 고비를 마시다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흥행에 성공한다. 바로 전 작품인 <브이아이피>(2017)에서 여성을 대상화하는 연출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여성 액션 영화를 내세웠다는 점이 의아스럽긴 했다. 일부는 <마녀>가 전작에 대한 만회 시도라고 느껴진다는 얘기도 했다. 어쨌든 국내에선 보기 드문 여성 액션 영화이고, 초능력을 지닌 액션히어로 물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칭찬해주고 싶다. - 신인배우의 패기 - 당시 신인이었던 김다미 배우는 무려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자윤’역에 캐스팅 되었다. 게다가 연기를 시작한지 오래 되지 않아 주연과 함께 액션 신까지 소화해야 하니 큰 부담이 있었을 텐데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겠다는 효녀의 모습과 순수한 고등학생의 눈빛,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은 후 달라지는 그녀의 눈빛은 신인배우의 패기를 제대로 드러낸다. 연기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두 얼굴의 아이를 소화했다는 것만으로 앞으로 그녀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김다미 외에도 다른 배우들도 좋았다. ‘자윤’의 친구 ‘명희’역의 고민시 배우는 연기가 아니라 고등학생 그 자체를 보여줬다. 하나뿐인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는 우정을 두텁게 하는 연기를 보여줘서 또 하나의 ‘신 스틸러’라고 볼 수 있다. <피에타>(2012)에서 자신의 고통을 숨겨야 하는 명연기를 보여줬던 조민수는 여기서 남성미가 묻어나는 ‘닥터 백’을 맡아 긴장감을 만들었고, ‘미스터 최’역의 박희순 배우나 ‘귀공자’역의 최우식 배우도 각자 맡은 역할을 충분히 보여줬다. - 말이 더 많은 액션 영화 - <마녀>는 2편을 염두에 두고 시리즈로 기획되었지만 정말로 그렇게 제작될지는 알 수 없다고 감독이 언급했다. 그래도 이번 작품이 <마녀>시리즈의 출발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영화의 영제가 <The Witch: Part 1. The Subversion>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끗했다. 액션 신은 꽤 잘 만들었지만 스토리가 문제다. 과거 자신의 기억을 잃고 살아오다가 어느 날 기억은 물론이고 자신도 몰랐던 전투력과 초능력을 발휘하는 설정은 많은 슈퍼 히어로 작품에서 전형적으로 쓰이는 전개이다. 진부하게 느껴지는 기억 잃은 히어로 캐릭터이지만 여기에 (농촌생활 등의)한국적인 색깔을 겸비한 덕분에 여기까지의 스토리는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히어로물이라면 당연히 상당한 분량을 차지해야할 액션 신은 대부분 후반부에 몰려있다. 전반부와 중반부는 대사들만 구구절절 늘어놔 캐릭터 설명하기에만 급급하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장면도 나올 것처럼 해놓고 휙 지나가면서 끝나서 피곤하게 느껴질 정도다. 따라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주어진 예산의 한계 때문에 많은 액션 신을 넣을 수 없어서 전반부의 구성을 대사위주로 짜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아쉽게 느껴진다. 가족과 친구를 위해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들어가는 ‘자윤’의 별명은 ‘마녀 아가씨’다. 슈퍼히어로에게 어울리는 별명은 아니다. 이 별명은 그녀의 비극적인 과거를 상장한다. ‘마녀’ 자체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자신들의 실험으로 만들어 놓은 초능력자들을 정작 자신들이 증오하고 제거하려는 것처럼 ‘자윤’도 그런 어두운 운명을 달고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 인생을 뜻하는 것 같다. 근세시대 때 저 사람이 마녀 같다는 루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마녀사냥’처럼 말이다. 그리고 ‘자윤’은 실험에 의해 생겨난 초능력으로 인해 성악설처럼 악이라는 본성을 타고난 사람이기 때문에 ‘마녀 아가씨’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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