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Kin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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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5

미키 17 | 봉준호답게 일탈한 SF 모범생

봉준호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만남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복기해 보면 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한 작품 내에서도 의외의 타이밍에 장르를 변환하거나, 과감한 스토리텔링을 시도한다는 것. <기생충>에서는 '부자는 악하고 빈자는 선하다'는 고정관념을 뒤엎는 전개와 블랙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전환되는 구성으로 충격을 선사했다. 꼬리칸의 반란의 성공이나 실패에 얽매이지 않고 열차라는 시스템 자체를 전복하는 <설국열차>의 결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미키 17>은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관습에 구속되지 않는 비틀림'이라는 봉준호의 특징이 할리우드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의문이었던 것. 워너 브라더스와 협업하고 제작비만 1억 2천만 달러가 투입된 <미키 17>은 <설국열차>나 <옥자>와는 또 다른, 엄밀한 의미에서 진정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였으니까. 규격화된 시스템과 봉준호가 어떤 조화를 보여줄지 걱정 반, 기대 반일 수밖에 없었다. <미키 17>의 결과물은 전반적으로 할리우드스럽다. 전개는 SF 클리셰에 충실하다. 봉준호라는 명성에 비하면 깊이도 얕아 보인다. 다양한 철학, 종교, 윤리, 정치적 딜레마와 알레고리가 삽입됐지만, 어느 것도 진득이 다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하다. 디테일로 빚어낸 블랙 코미디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기 때문. 즉, <미키 17>은 할리우드의 SF 모범생이 전학생 봉준호를 만나 펼쳐 보이는 성실한 일탈의 결과물 같다. (...) 그 대신 곱씹을수록 풍미는 깊어진다. 봉준호다운 장치가 친절하고 모범적인 상상력 사이로 만든 균열이 덕분에 의도한 맛이 뒤늦게 느껴지는 것. 가까이서 보면 범작이지만, 멀리서 볼 때 수작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거대 자본과 작가의 창조성이 타협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처럼 보인다. 이렇게 <미키 17>은 봉준호 스타일로 소화한 할리우드 SF를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봉준호가 제출한 할리우드 SF학 개론 중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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