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화려함에 반비례하는 깊이

'휴우가 나츠'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약학에 정통한 주인공 소녀 '마오마오'가 황제의 비(妃)들이 있는 후궁의 시녀가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권력 뒤편의 음모와 치열한 암투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일종의 추리 스릴러입니다. 요즘 애니메이션 다운 깔끔하고 예쁜 작화입니다. 다채롭고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데 캐릭터 디자인도 예쁘지만 무엇보다 배경의 퀄리티가 꽤 좋습니다. 고대 중국의 웅장하고 화려한 궁궐 그리고 그 내부에서 펼쳐지는 꽃들의 전쟁을 표현하는데 나무랄 데 없는 화려함입니다. 마오마오가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것과 함께 꽃미남 환관 '진시'와의 밀당 로맨스가 주된 내용입니다. 주인공의 특성으로 보나 작화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여성향이 분명하기 때문에 남자인 저로서는 이 애니가 가진 매력의 중심부엔 닿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따라서 추리극에 좀 더 집중해서 보게 됐는데... 사건의 퍼즐을 맞추는 극적인 순간의 쾌감이 다소 심심합니다. 대체로 느슨하게 긴 템포로 사건을 다루기도 하지만 사건의 진상을 전달함에 있어서 탄탄하다거나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시대적 배경의 특성, 계급 사회, 인물 관계, 중국식 이름 등 복잡하고 어려운 요소들을 쉽게 이해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더 흩트려놓고 깔끔하게 맺는 느낌은 적습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변화 에피소드의 편집점 등 연출적인 부분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구석이 많습니다. 화려한 작화에 비하면 특히 말이죠. ​고대 중국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중화풍 판타지입니다. 건축양식이나 의복, 생활 양식 등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것저것 섞여있어서 고증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애초에 말투에 있어서도 외래어 쓰는데 거침이 없고 말이지요. 그런데 어느 지점에선 고대 중국의 엄격함을 또 어느 지점에선 그 엄격함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누리고 있어서, 편할 대로 쓰이는 이 중화풍 판타지의 디테일이 좋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이 중화풍 판타지임을 감안해서 인물의 이름이나 명칭들을 좀 더 한자에 집중해서 번역해 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상하관계 간 대화의 차이도 드러나지 않는 등 결과적으로 공식 번역의 퀄리티 역시 좀 아쉬운 수준입니다. 캐릭터의 매력은 좋은 편이지만 화제성에 비해 완성도는 썩 아쉬운 구석이 많은 애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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