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송씨네
2025.03.25
스파이 패밀리와 결혼 지옥이 만나…
영국의 유흥가의 밤… 떠뜰썩한 사람들 뒤로 접선을 하는 두 남자가 보입니다. 미첨은 조지에게 다섯 명이 의심되는데 그중 조지의 아내 캐슬린도 의심된다고 합니다. 자,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원자력 융해 기술을 담은 USB, 일명 ‘세버리스’를 빼돌린 사람들이 있다는 얘긴데요. 이 부부는 영국 국가 사이버 보안센터(NCSC) 요원입니다. 하지만 아내만큼 의심되는 이들도 있죠. 클라리사, 프레디, 제임스 요원과 이들 센터의 정신과 상담사인 조이가 한자리에 앉습니다. 조지는 바람피운 자신의 아버지(역시 요원이었던)의 요원직을 내려놓게 만들 정도로 어떤 때는 냉혈한 사람이죠. 그런 그가 이상한 게임을 제안하죠.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상황이 끝나갈 즘 미첨이 발작 증세를 보이며 세상을 뜹니다. 조지가 집안 정리를 하던 중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영화표는 우연이라 하기엔 이상했고 아내의 스케줄러도 수상합니다. 요원의 신분을 훔쳐 거액을 횡령했다는 첩보를 접수했는데 그게 캐슬린이라는 거죠. 그는 아내의 행방을 위해 클라리사에게 위성 탐색 기록을 조작해달라고 요청합니다. 하지만 하필 위성 링크 전환 타이밍에 시도했던 아내 행방 추적이 보안이 뚫리며 거물급 관리 인사를 놓치는 사고를 저지르게 되죠. 근데 묘하게 이런 정황들도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상합니다. 그 배후에 요원들의 대장 격인 아서의 음모가 깔려있음을 알게 됩니다. 캐슬린을 제외한 4명이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에 들어가고 두 번째 만찬에 초대됩니다. 근데 이번엔 음식이 보이지 않네요. 이번에도 진실게임을 제안하는 조지. 이번에는 그들 앞에 총 한 자루가 올라와 있습니다. 권태기스러운 결혼 생활에 누군가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상대가 첩보원 동료인 아내라면…이란 발상의 작품입니다. 뻔한 이야기 같아 보이는데 결국 이야기는 만찬을 함께한 나머지 인원들도 믿을 수 없음을 보여주죠. 첩보영화인 동시에 이 영화는 부부들의 살 떨리는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클라리사-프레디, 조이-제임스의 결혼 생활은 첩보원들의 삶보다 더 쉽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바로 앞에 등장한 거짓말 탐지기죠. 관계는 얼마냐 했는가부터 얼마나 조국과 조직을 사랑하는가 등의 질문들은 이들을 난해하게 만들죠. 이 영화는 육탄전이나 피비린내 나는 싸움 없이도 충분히 첩보영화의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영화는 심리 스릴러이자 웃기지 않아도 웃픈 블랙코미디인 것이죠. 하지만 때려 부수고 총격전이 난무하는 첩보영화를 기대하셨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일 수 있겠습니다. 옛 명성에 비해 약했을지 몰라도 여전히 스티븐 소더버그의 건재함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저는 생각됩니다. ‘스파이 패밀리’처럼 귀여운 아냐 같은 딸이 나오지 않고 ‘결혼 지옥’처럼 부부를 중재해 줄 오은영 박사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 살 떨리는 부부 생활과 스파이 이야기는 당분간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 참, 이 영화의 제목 ‘블랙 백’은 기밀을 뜻하는 은어라고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