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샤일록
샤일록
2025.03.26
모든 것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라는 여행
나레이션 속 이야기의 배경은 1918년이지만 현대 아시아의 풍경이 화면에 등장하고, 주인공 '에드워드'와 '몰리'는 설정상 영국인이지만 두 배우와 감독의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로 연기를 한다. 나라와 나라, 과거와 현재, 픽션과 다큐멘터리, 스크린 안팎 등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고, 그 무너진 경계의 날카로운 단면이 도드라져 보이는 순간들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전반부 에드워드의 투어와 후반부 몰리의 투어가 비슷한 경로로 진행되면서도 상반된 느낌을 주는 것도 인상 깊었다. 무작정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에드워드의 경우 포커스가 분산되어 있고, 주인공이 아닌 관찰자의 느낌이라 전반부는 상대적으로 다큐멘터리의 색채가 강하다. 반면 몰리는 에드워드를 따라잡아서 그와 결혼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성격 자체가 불도저 같고 활기차다. 이에 따라 후반부는 훨씬 극영화적이고 주인공인 몰리에게 집중한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저 주인공들의 여행을 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사기 필름처럼 돌아가는 인력 관람차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제국주의 유럽인의 시각에서 본 아시아와 실제 아시아를 오가다가, 불이 켜지면 다시 영화관으로 귀환하는 하나의 독립된 투어를 완성하게 된다. 여독이 쌓이기도 했지만 경험해 볼 가치가 충분한 아름다운 체험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