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8/자동차에 미쳐있는 순박한 자동차광들 말고, 자동차의 위협적, 파괴적, 쾌락적 속성에 취해 진정으로 미쳐버린 자동차 광인들.

7.8/자동차에 미쳐있는 순박한 자동차광들 말고, 자동차의 위협적, 파괴적, 쾌락적 속성에 취해 진정으로 미쳐버린 자동차 광인들. /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보통의 영화들에선 큰 의미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인서트로 쓰이곤 하는 도로 위 차들의 모습, 혹은 차들로 가득한 도로의 모습 등이 유독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고,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음. 또한 틈만 나면 사람의 몸 말고 자동차의 이곳저곳을 범상치 않은 시선으로 훑으며 부각시키는 연출을 비롯해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마다 자동차가 등장하는 등, 자동차란 소재를 상식의 범주 속 이동수단에서 가학의 수단, 쾌락의 도구로 느껴지도록 만든 영화의 시선이 인상적이었음. / 교통사고성애자들의 이야기답게 시작부터 왠 여자가 차 본넷에다 찌찌를 비비고 있고, 다같이 모여서 자동차 충돌 테스트 영상을 몸을 더듬으며 야릇한 눈빛으로 감상하기도 하고, 다양한 각도로 예사롭지 않아 보이게 연출해 놓은 교통사고 현장을 찾아가 사진을 찍으며 갖은 감탄사를 남발하기도 함. 다들 수시로 비좁은 차 안에서 관계를 맺어대고, 자동 세차장을 지나가는 차 안에서까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한판 벌임. 교통사고로 생긴 몸의 흉터나 차의 긁힌 자국 등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며 야릇하게 더듬고, 나중엔 자동차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성별 따위는 초월해서 서로의 몸을 탐하기도 함. 폐차장에서 몸 대신 차를 이리저리 부딪히고 굴리며 흥분하기도 하고, 도로 위에서 아찔한 충돌과 질주를 이어가다가 정말 교통사고를 당해서 끝내 최후를 맞기도 함. 이미 미칠 대로 미쳐버린 탓에 마지막엔 교통사고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현장에서 즉석으로 무아지경의 관계를 이어나가기까지 함. 전반적으로 표현의 수위 자체가 막 엄청 자극적인 수준은 아니었지만, 상식의 범주 따윈 진작에 벗어난 진풍경들이기에 제법 창의적으로 느껴졌고, 인상적으로 남았음. / 교통사고를 통해 쾌락을 느낀다는 비밀 집단을 과연 어떤 식으로 묘사했을지 좀처럼 감이 잡히질 않았는데, 막연하게 떠올려본 그림보다는 비교적 상식적인(?) 수준의 모임이었고, 세상엔 미친 사람들이 많으니 저 정도면 충분히 실제로 존재할 지도 모르겠다 싶었음. 누군가가 겪었던 자동차 사고의 순간을 재현함으로서 만족을 얻고 쾌락을 충족시키는 활동. 물론 이후에는 단순히 교통사고의 순간을 재현하는 걸 넘어 각양각색의 미친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비밀집단이란 곳의 첫인상은 생각보단 납득 가능하며 의외로 설득력도 갖추고 있었음. / 미쳐버린 소재와 범상치 않은 그림들 속에서 다들 최소 자기 몫 이상의 연기를 충분히 보여주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가장 미쳐있는 본 역의 엘리어스 코티스가 보여준 연기가 인상적이었음. 어찌보면 웬만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쾌락에 미쳐있는 연기를 단지 차 안에서, 혹은 교통사고와 관련된 요소들과 함께 보여준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걸 납득 가능함을 넘어 순간순간 당연해 보일 정도로 연기하고 있기에 유독 더 눈에 띄었음. 배우의 외모마저도 언뜻 심오하고 미쳐버린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호아킨 피닉스와 좀 닮은 듯해서 더더욱 배우에게 압도되는 느낌이었음. / 미쳤단 소리가 절로 나오는 소재에 비해 전반적인 영화의 표현 수위는 생각보단 순한 맛에 가까웠음. 소재는 파격적이지만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장면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보단 서서히 미쳐가는 인물들의 심리를 강조하고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의 묘사가 주를 이룬 느낌이었음. 때문에 막판 클라이맥스에서 연달아 주인공들이 겪는 교통사고씬마저도 그림 자체는 영 미적지근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엔딩은 꽤나 서늘하고 인상적으로 남긴 했음. 당장 교통사고를 당한 상태에서 그러고 있는 모습보다도 이미 더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에 눈에 훤히 그려지는 광인들의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