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섬뜩한 창의성과 거친 완성도가 함께 질주한 파운드푸티지 옴니버스

🎬 포맷의 특수성, 극단의 신선함과 피로함을 동시에 안긴다 <V/H/S/2: 악마를 부르는 비디오>는 4편의 단편을 모두 1인칭 카메라 시점으로 펼치며, 관객에게 ‘직접 목격자’라는 생생한 착시를 제공한다. 특히 ‘안구 카메라’와 ‘헬멧 고프로’처럼 기발한 촬영 장비가 화면을 차별화해 몰입을 높인다. 그러나 화면 흔들림과 초점 손실이 잦아질수록 시청 피로가 누적돼 긴장감보다 멀미가 먼저 찾아온다. 🧪 〈제1상 임상시험〉—의료 기기를 통한 괴현상, 컨셉은 탁월하지만 서사 밀도는 얕다 '허먼'이 차세대 인공망막을 이식받아 귀신을 보게 되는 설정은 첨단 기술과 고전 유령담을 매끄럽게 결합한다. 초기엔 사람인지 혼령인지 분간되지 않는 뿌연 윤곽이 섬뜩함을 자아내지만, 반복되는 점프 스케어만으로 진행을 끌다 보니 인물 심리와 괴현상의 관계가 얕게 흐른다. 끝내 관객은 기술 공포의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면서도 허무하게 시퀀스를 떠나게 된다. 🚴 〈공원에서의 라이딩〉—좀비 POV의 참신함과 정서적 공백 산악 자전거 헬멧 카메라가 좀비 바이러스 확산 과정을 시점 샷으로 담아, ‘피해자→괴물’ 변환을 실시간 체험하게 한다. 역동적인 질주와 고어 특수효과는 압도적이나, 주인공 '마이크'의 감정 변화는 최소화돼 좀비가 되어가는 비극이 정서적 공백으로 남는다. 결국 카메라에 찍힌 피와 토사물의 임팩트는 강렬하지만, 인물 상실의 애도는 약하다. 🛕 〈안식처〉—사교집단 붕괴의 광기, 최고 강렬도와 과잉 피로가 맞물린다 인도네시아 시골 종교 단체 내부를 위장 취재하는 설정은 사회 다큐멘터리와 악마주의 호러를 결합해 긴박함을 극대화한다. '파자' 지도자 연설 장면은 실제 의식 기록물처럼 리얼해, 폭발적 피바다 클라이맥스의 공포충격을 정당화한다. 다만 30분 남짓한 러닝타임에 집단 자살·악마 탄생·건물 폭발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감정 소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화면이 다음 쇼크로 전환된다. 👽 〈잠옷 파티 외계인 납치 사건〉—청소년 장난감 시점의 외계 습격, 톤과 공포가 어긋난다 개목걸이 카메라와 핸디캠을 번갈아 쓰며 ‘현실 속 심야 파티’를 생생히 포착한다. 불규칙 플래시와 기계음이 외계인의 존재를 암시하며 공포감을 키우지만, 등장인물들이 상황을 계속 농담으로 흘려보내 극적 온도와 코믹 톤이 충돌한다. 파란 스트로브 조명 아래 납치 장면이 눈부신 시각적 쇼를 연출하나, 관객은 끝내 진지한 두려움에 몰입하지 못한다. 📚 옴니버스 완급 조절—질감의 다양성은 풍성하지만 서사적 일관성은 흔들린다 네 편 모두 파운드푸티지라는 큰 틀을 공유하면서도, 초자연·좀비·사교·외계라는 소재가 제각각이라 장르적 호흡이 뚝뚝 끊긴다. 덕분에 매 단편이 신선하게 시작되지만, 전편 시청 시 심리적 여운이 누적되지 못하고 초기화된다. ‘마무리 브릿지’ 역할인 탐정 조사 파트도 전작보다 간결해, 비디오테이프를 둘러싼 연쇄 공포 서사가 완전 연결되진 않는다. 🔊 음향 설계—현장감 돋보이지만 불쾌 주파수의 남발로 집중도가 흔들린다 각 단편은 장소 맞춤 현장음을 적극 활용해 현실감을 높인다. 헬멧 바람 소리, 낡은 교회 잔향, 지하 번식소의 점액질 흡착음 등은 효과적이다. 반면 클라이맥스마다 급격히 증폭되는 고주파 비명·전자 노이즈가 반복돼, 청각적 소름보다 청량감 없는 소음 피로를 남긴다. 🖤 고어 특수효과—실감나는 육체 파괴미와 과도한 자극의 엇갈림 내장 적출, 눈알 돌출, 혈관 파열 등 장면은 아날로그 분장과 CGI를 절묘히 섞어 생체질감이 뛰어나다. 그러나 클로즈업 남발로 인해 ‘충격’이 아닌 ‘내성’을 만들 위험이 있다. 관객에 따라선 “다음엔 어떤 고어가 나올까?”라는 호기심이, 진정한 공포 감정을 대체할 수 있다. 🧠 사회적 은유—기발한 소재마다 잠재 메시지가 엿보이지만 깊이는 미흡하다 의료기술 부작용, 바이러스 감염, 사이비 종교, 청소년 문화 등 현대 불안을 소재로 삼은 점은 공감대를 키운다. 그러나 서사 압축이 심해 사회적 맥락보다 즉각적 충격에 집중, ‘생각할 거리’가 끝까지 확장되지 않는다. 관객은 테이프 정지 후 실생활 화두를 곱씹기보다는, 플래시백처럼 잔상에 머무르기 쉽다. V/H/S/2는 기발한 1인칭 카메라 활용과 장르적 변주로 새로움을 던지지만, 과잉 자극·서사의 깊이 부족·감정 리듬 단조라는 그림자도 안고 있다. 결국 관객은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은 창의성을 즐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끝나고 나서 “무엇이 진짜 무서웠지?”를 돌아보게 된다. 공포 실험실로서는 흥미롭지만, 완성형 내러티브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기는 옴니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