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신익
2025.03.31
어설픈 구석마저 끌어안는 긍정의 힘
고등학생 무용수 인영[이레 분]에게 중요한 공연이 있는 어느 날, 인영의 하나뿐인 가족인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영화는 그로부터 1년 후, 여전히 예술단의 단원이자 철없는 고등학생으로 살아가지만, 세상에 홀로 떠넘겨진 인영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영화는 무용수로서, 그리고 고등학생으로서 살아가는 인영을 거쳐가는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예술단의 에이스 나리[정수빈 분], 혹독하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 설아[진서연 분],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이자 우정과 썸 사이 어느 미묘한 지점에 있는 도윤[이정하 분], 그리고 유일하게 인영의 말 상대가 되어주는 약사 동욱[손석구 분]까지. 마치 김혜영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던 전작 [멜로가 체질]을 연상시키듯, 다양한 인물이 복작복작하게 만들어내는 일종의 상황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감독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라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드라마를 닮은 부분이 마냥 장점만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와 감정을 엮어가는 부분에서는 분명 장점이지만 이를 영화적으로, 시청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도리어 단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예를 들어 사소한 심리 표현에 있어서 혼잣말에 의존하는 점이라든지, 인물이 비유해서 묘사하는 부분들(마녀, 괴담 등등)을 굳이굳이 시각화를 해서 보여준다든지, 아니면 두드러지는 음악을 사용하고 카메라의 움직임이 잦아 매 장면마다 힘을 주는 점이라든지. 나쁜 의미로 TV 드라마나 시트콤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씩씩하고 넉살 좋게 반응하는 주인공 인영의 시선에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연출적인 특징들이 더더욱 과잉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B급 코미디를 표방하며 뻔뻔하게 이야기를 그린 전작 [멜로가 체질]처럼 연출적인 기조가 확실하거나 기술적인 구현과 합치하지도 않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의 연출적인 특징들이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그렇다고 영화를 모두 다 본 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의 인상이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인영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짚어내는 문제들과 그에 대한 대답이 확고하고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사고로 어머니를 잃으며 혼자가 된 인영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정작 영화를 보다 보면 모든 인물들이 인영만큼이나 고립된 인물들입니다. 예술단의 자타 공인 에이스지만 어머니의 등쌀에 밀려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넣는 나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외로운 인물입니다. 나리와 같은 방식의 훈련을 앞서 경험했고 이를 지금의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설아 역시 으리으리한 집에 살지만 그곳에 혼자 살며 공허한 느낌을 자아내죠. 주인공 인영 역시도 매 순간 씩씩하게 상황을 헤쳐 나가고자 합니다만, 결국 약사 동욱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며 그 속의 응어리를 드러냅니다. 경쟁이 부각되는 예체능 계열을 영화가 그려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일종의 강박에 내몰린 한국인의 단편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답 역시 분명하게 제시하는데요, 끝없는 긍정으로 인물들을 바라보고 보듬습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스스로에게 솔직한 태도'라는 뻔하지만 확실한 대답으로 귀결하는데요, 영화가 러닝타임 내내 보여준 태도와 일관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것이 무책임하게 다가오기보다는 영화의 긍정적인 태도가 나름대로의 깊이감을 확보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의 주인공이 고등학생들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우리의 현실과 맞물려 더 울림 있게 다가오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 실태를 꼬집은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희망편처럼 다가오기도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