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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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1

스포일러 주의!

가장 웃긴 코미디는 진실이다

자신에게 기회를 줬다 생각하는 제리와 헤어진 직후부터 루퍼트의 심각한 망상이 시작되었다. 그의 망상 속에서 루퍼트 자신은 너무나 유명한 코미디언이었고 제리는 별 볼 일 없는 동료였다. 제리는 루퍼트에게 점심 식사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다고 하며 어려운 부탁을 했다. 루퍼트는 곤란하다는 듯 거절을 했지만 끈질긴 제리의 부탁에 마지못해 승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 장면 사이에 어떤 팬이 루퍼트에게만 사인 요청을 했고, 두 사람의 모습을 캐리커처로 그리는 화가도 있었다. 한 가지 눈에 들어온 건 루퍼트의 망상 장면 곳곳에 그의 현실을 삽입했다는 것이다. 레스토랑이 배경이었던 망상과는 다르게 루퍼트는 자신의 집에서 혼자 떠들어대고 있었다. 마치 모놀로그처럼 말이다. 루퍼트가 혼자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을 때 그의 엄마가 밤중에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하며 소리를 쳤고, 그는 자기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이 장면을 통해 당연히 연상된 영화가 있었으니 2019년에 개봉한 <조커>였다. 코미디언이 되고 싶지만 퍽퍽한 현실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아서 플렉의 원형은 그보다 40여 년 전에 세상에 등장한 루퍼트 펍킨이었다. 기구한 인생으로 우울에 잠식된 아서 플렉과는 달리 업된 루퍼트는 너무 밝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묘한 거부감을 갖게 했다. 그날 이후 루퍼트의 망상이 심해져 제리에게 연락을 하고 만나는 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오프닝에 등장한 스토커 마샤와 합심해서 일을 벌이려고까지 해서 제리를 향한 안쓰러운 마음이 짙어졌다. 우려했던 상황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루퍼트와 마샤가 그렇게나 집착하던 제리를 납치하고야 만 것이었다. 루퍼트와 마샤는 그렇게 좋은 관계라고 할 수는 없는 사이였지만, 제리라는 사람에 있어서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손을 잡았다. 마샤의 목적은 제리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고, 루퍼트는 제리의 쇼를 빌려 데뷔를 하는 것이었다. 루퍼트와 마샤는 각각 제리의 외부적, 내부적 요소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에 손을 잡았던 것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제리는 당연히 두 사람에게 자신의 부분들을 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상황에도 제리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마샤를 설득해 몸을 자유롭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제리가 자신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넨 적이 없었던 마샤는 당연히 사랑하는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루퍼트는 제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협박에 못 이겨 루퍼트를 자신의 쇼에 출연하게 만들었고 뒤늦게 스태프에게 연락을 했지만, 이미 녹화를 끝마치고 방송만 남은 상황이었다. 이후 영화의 결말을 보며 명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루퍼트가 원하는 건 코미디언이 되는 것뿐이었다.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목표로 달리며 망상 증세까지 보인 그가 마침내 무대에 올라 사람들을 웃기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루퍼트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게 씁쓸했다. 루퍼트가 무대에서 한 코미디가 경험담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여태껏 영화가 흘러온 정황으로 봐서 자신의 이야기였을 게 분명했다. 진실을 희화화해 사람들을 웃기고 무대에서 내려와 납치 혐의로 수감되긴 했지만,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루퍼트가 그때만큼은 가장 유명한 코미디언이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유명해지면 무슨 짓을 해도 사람들이 환호한다는 게 양날의 검처럼 보이기도 하고, 루퍼트 입장에선 독이 든 성배처럼 여겨지기도 해서 섬뜩한 느낌이 남았다. 영화 <코미디의 왕>을 보게 된 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 작품에,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단순한 이유로 보게 된 영화는 <조커>가 이 영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깨닫고 새삼 감탄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세상에 나오긴 했지만 지금 봐도 손색없는 전개와 엔딩까지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의 영화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짧고 굵은 재미를 선사한 명작이었다. 여기에 매번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시는 로버트 드 니로 배우는 마치 1인극을 보는 듯한 압도적인 모습으로 영화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