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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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2
투쟁은 좌절되지만 타협은 희망이 된다
엘피스, 희망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은 것. 그러므로 희망, 혹은 재앙 그 어느 쪽일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먼저 엘피스는 디자인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공식 포스터는 글리치 효과를 실제 서류더미와 책자들을 활용해 아날로그로 제작했고, 전제적인 영상 그래픽에서도 글리치 형태는 반복된다. 거기에 더해 실제 편집화면을 엔딩 으로 차용하는 등 디자인 부분에서 전체적인 톤 앤 매너가 우수한 편이였다고 생각한다. 본편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데, 이게 참 묘하다. 한 때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였던 에나, 이제 갓 신입PD로 예능국에 출근도장을 찍던 타쿠로, 보도국의 기둥과도 같던 사이토. 이 세 사람이 묘한 관계들로 얽힌 상황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일명 핫토비산 실종사건. 중반까지는 이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극의 핵심이 되어 진행된다. 알게 모르게 얽혀 있던 인물들 간에는 균열이 일기 시작하고, 사건을 파헤치던 시선은 점차 윤곽을 잡아가지만 이후부터는 사건을 어떻게 터트리느냐가 핵심이 되어 극이 전개되어 가는데... 엘피스 '~희망, 혹은 재앙~'은 다큐와 드라마 사이를 넘나들며 카타르시스를 줄 듯 말 듯 하다가 종국에는 꽤나 현실적인 그러나 역시 드라마적인 매듭을 짓는다. 개연성이 조금 무시되더라도 드라마라면 시원한 한 방으로 마무리 되면 좋았을 것 같은데, 조금은 현실에 더 맞닿아 있는 결말이라 찝찝함이 남지만 이것 역시 제목과 딱 어울리는 결말일지도 모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본 드라마인지라 연기가 과장되거나, 모자란 부분이 분명이 있겠지만 이번 드라마는 그런 부분들이 있더라도 감안하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매끄러운 편. 극 중 특정 인물이 마치 스위치를 껐다 켠 것처럼 상당한 캐릭터 붕괴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또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든 통일감을 주려했다는 몸부림으로 보이기에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다. 분명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기도 하겠지만 10편 정도의 중편 드라마가, 그것도 한 회차당 45분 내외인 웬 드라마 수준의 러닝타임이 이정도의 수준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연출해낸 것을 보면 꽤 수작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장편으로 더 많고 긴 이야기를 담았다면 평작에 그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중단편으로도 충분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일드는 아직 미래가 밝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