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르의 쾌감과 실화의 무게 사이에서 갈팡질팡

<열혈검사>는 법 집행에 가로막혀 경찰 수사의 한계를 느낀 형사 곽자호[견자단 분]가 검사가 되어 범죄를 수사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야기가 골자가 되는 사건은 2016년 홍콩에서 벌어진 실화에서 본떠 왔는데요,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빈곤층의 어린 청년이 사법 거래를 노린 변호인단에게 속아 유죄를 인정하게 된 사건입니다. 당시 기소된 피의자의 이름을 따 '마가건 사건(Ma Ka-Kit Case)'로 알려져 홍콩과 중화권 사회를 뒤흔든 사건이라고 합니다. ​ 영화는 이 사건의 무게감을 영화에 담으려고 하는 듯, 영화의 도입부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피의자 소년의 이름도 실제 이름 '마가건(馬家健)'과 거의 비슷한 '마가걸(馬家杰)'로 설정됐습니다. 영화의 최초 기획이 중국 최고인민검찰원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을 강조한 영어 제목(The Prosecutor, 검사)이나 한국 제목 <열혈검사>와는 달리 원제는 이 사건의 핵심을 말하는 '오판(誤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영화는 철저히 사법 처리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드러내려는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중국에서 적발 시 엄벌에 처하는 마약에 대한 경고는 덤이고요.) 액션 영화를 표방하는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죠. ​ 다만 이 부분에 과도한 무게가 실리면서 영화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법정극과 활극이 뒤섞인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요, 앞서 언급한 기획 의도에 편중된 나머지 법정극의 비중이 많이 실리는 편입니다. 안타깝게도 법정극으로서 <열혈검사>의 깊이감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사건의 규모에 비해 영화 내 플롯으로 구현되는 복잡성이 얕아 이를 풀어나가는 재미나 긴장감은 크게 구현되지 않고, 법정에서 이를 말로 풀어내는 장면들은 마치 공익광고를 보듯 과도하게 작위적입니다. 심지어 작위적인 발언들이 허용되는 법정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비단 법정에서의 대사들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에 걸쳐 연기나 대사들에 허세가 느껴져 법정극으로서 여러 단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의 액션은 뛰어나지만 정작 그 비중이 법정극에 밀려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견자단이 주연인 것이 그치지 않고 직접 연출까지 맡았으며, 견자단의 주요 작품은 물론 <바람의 검심> 시리즈, [유유백서]의 스턴트맨과 무술감독으로 활약한 바 있는 오우치 타카히토까지 합류한 만큼 <열혈검사>에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들은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격투와 총격전을 결합하고 1인칭 시점의 촬영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오프닝 장면과 공간을 다채롭게 누비는 뒷골목에서의 액션씬, 일대 다 구도가 주는 처절함을 잘 살린 클럽 씬이나 영화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지하철씬 등. 액션씬이 주는 물리적인 쾌감은 뛰어난 편입니다. 퀄리티가 준수한 액션씬이 다수 있음에도 절대적인 분량이 비교적 적어 장르적인 재미가 많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 또한 현실적인 분위기를 표방하는 영화의 기조와 액션이 잘 어울리는가 하는 아쉬움 역시 동반됩니다. 견자단의 액션은 큼직큼직한 중국 특유의 무술 기반의 합에 격투기(MMA) 동작을 섞어 사실성과 속도감을 더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혈검사> 역시 인물들이 주고받는 격투의 합은 이러한 법칙을 따르고 있으나 큼직큼직한 스턴트의 경우 과장의 폭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가령 영화 초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동료를 받아내기 위해 콘크리트로 몸을 던지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주차장 사이를 파쿠르로 오가며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처럼 말이죠. 똑같이 범죄에 대응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활극으로서의 정체성이 부각된다면 전혀 어색함이 없었을 것입니다. 마치 영화가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혹은 견자단 본인의 전작 <도화선>처럼 말이죠. 하지만 영화는 사법 처리 과정과 법정을 주된 내용과 배경으로 삼고 실화를 끌고 온 만큼 이러한 액션과 이야기가 부조화된 것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 그래서일까요, 이러한 특징들이 모이니 이 영화가 상당히 경직된 공익광고 같다는 느낌을 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액션 영화에서 서사적인, 혹은 주제적인 깊이감을 제하고도 수작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작품이 다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열혈검사>는 기획의도에 많은 부분들이 편중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영화의 액션씬들이 선보이는 완성도를 생각해 볼 때, 법정극에 편중된 영화의 균형이 더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