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송씨네
2025.05.04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라, 달팽이처럼.
한 소녀가 누군가의 임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감자밭을 이야기하고 떠난 사람. 소녀는 달팽이 실비아에게 자신의 애길 들려줄 거예요. 실비아가 누구냐고요? 끝까지 들어보세요. 소녀 이야기를 해 보죠. 그의 이름은 그레이스. 쌍둥이 남동생이 있고 이름은 길버트죠. 사람들이 토끼 같다며 놀리면 구해 주는 것은 남동생이죠. 어머니는 남매를 출산하다 돌아가셨는데 아버지와는 관광객-곡예사로 만났죠. 어머니를 닮아 그레이스는 달팽이 기념품을 모으는 걸 좋아하고 길버트는 아버지를 닮아 폭죽과 불을 이용한 공연을 하는 게 꿈이죠.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매는 흩어져야 했습니다. 그레이스는 노잼 동네 캔버라로, 길버트는 다른 곳으로 갔는데 그레이스의 양부모는 착하지만 성적 취향이 독특하고 길버트는 사과 농장에서 사과와 신을 믿는 이상한 가족들과 함께 삽니다. 요들 같은 통성기도를 매일 하고요. 그레이스 양부모의 부재 잦게 되면서 우연히 만난 핑키 할머니는 괴짜 그 자체. 마리화나 쿠키도 굽고 거침이 없지만 봉사활동도 열심히죠. 그러던 어느 날 켄이란 남자와 사랑에 빠졌죠. 어느 정도 자립할 나이가 되며 켄과 결혼 후 길버트와 같이 살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죠. 그래서 실비아가 누구냐고요? 사랑스러운 애착 달팽이들 중 하나죠.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쌍둥이 동생과 이별, 새로운 가족, 사랑, 그리고 멘토를 만나며 겪는 이야기입니다. ‘메리와 맥스’에 이어 힐링 애니를 들고 온 아담 엘리엇의 신작입니다. 여전히 스톱 애니메이션을 고집하고 뻔한 눈물의 신파를 거부하죠. 길버트의 양부모와 형제는 사이비 종교에 노동력, 임금을 착취하고 심지어 동성애는 마귀가 씌었다며 배척하죠. 그레이스의 양부모는 스와핑을 자주 하고 핑키 할머니의 무용담은 어딘가 석연치 않지만 거짓말 같지는 않죠. 켄도 그레이스에게 이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어요. 하나같이 어딘가 나사가 나간, 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죠. 그레이스가 스스로를 가둬 두고 달팽이처럼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나마 핑키가 없었다면 아마 미쳐버렸을지도 모르죠. 반대로 핑키가 치매에 걸려 점점 기억이 잊혀지려는 순간 마지막까지 함께한 것은 그레이스였죠. 핑키는 달팽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달린다고 말하죠. 말이 달린다는 것이지 너무 느리죠. 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쾌감을 이루어낸다는 점에서 달팽이는 정직한 동물이에요. 아담 엘리엇 본인은 수전증에 걸렸다고 고백해요. 스톱 모션을 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죠. 하지만 달팽이처럼, 그레이스처럼 부단히 노력하게 되죠. 사랑받지 못했나요? 핑키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내민 손을 잡아주고 내 마음속의 감옥 속에서 탈출하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