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네바람
2020.04.30
하코다테의 여름과 함께 청춘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비범한 청춘영화
미야케 쇼의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보기 드문 청춘영화이다. 흔히 청춘영화들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에도 삼각 관계의 남녀가 등장하고 그들이 사랑하는 모습도 담겨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가 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이 영화는 어느 여름날의 청춘의 한 때를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현실에서 청춘 남녀를 만난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의 일상에 과연 드라마틱한 일들이 많이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청춘 남녀는 만나서 웃고 떠들고 클럽에서 춤을 추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맛있는 걸 먹는 것과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 속에 놓여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세 남녀의 그러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별다른 드라마틱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됨으로써 <너의 새는..>은 비록 영화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현실에 더 가깝게 다가선다. 이 영화의 카메라는 물이 흐르듯이 주변에 존재하는 사물과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세 남녀를 화면 속에 배치한다. 강박적으로 의미화해서 장면을 만들려는 생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 속에는 보다 생동감 있는 젊음의 순간들이 오롯이 담기게 된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방불케하는 수준의 현장감을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이 영화에서 이러한 생동감이 포착된 대표적인 시퀀스가 클럽에서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가 혼자 춤을 추는 장면일 것이다. 이 장면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작 중의 한 편인 장 뤽 고다르의 <비브르 사 비>에서 나나(안나 카리나)가 춤을 추는 시퀀스의 활력을 방불케한다. 세 남녀의 삼각 관계를 다루는 방식도 다른 청춘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보통 삼각 관계를 보여줄 때는 세 인물들간의 갈등 상황을 부각시켜서 보여주는 경우가 많으나 이 영화에서는 굳이 그러한 갈등 상황을 극화해서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미묘한 세 남녀의 심리적인 흐름만을 은근하게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 하코다테의 여름의 공기와 하루의 미세한 변화까지도 섬세하게 포착해낸 근사한 청춘영화 한 편이 탄생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