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션스
2025.06.17
누구도 구분하지 못할 진실과 거짓의 혼재
자신에게 정신병이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알리스는 대부분의 환자의 의견과 다를 바가 없어서 당연히 묵살되어 입소 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녀 스스로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듯했다. 그런데 입소한 이후에 그녀의 행동이 목적성을 띠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환자들을 눈여겨보거나 대화가 통하는 이에게 말을 걸어 환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묻는 등 뭔가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러다 기록보관실에 몰래 들어가 자료를 빼내오는 등의 행동을 하기까지 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오프닝에 등장한 백발노인의 아들 다미안이 이 병원에서 자살로 위장되어 살해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잠입한 탐정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평범한 곳도 아니고 정신병원에, 그것도 남편은 물론이고 다른 의사에게 동의서까지 받아서 이 일을 하는 게 너무나도 위험해 보였다. 그녀가 몰래 수사하는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고, 정신병원이라는 곳이 환자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전제가 기본적으로 깔린 곳이라 들어가긴 쉬워도 나오기에 어려워 보였다. 알리스가 이렇게 사건을 조사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으로 다미안이 죽던 때의 상황이 종종 등장했다. 그 당시에 병원은 굉장히 혼란스러웠고 모든 환자들이 병실을 빠져나와 병원 복도며 바깥이며 마구 돌아다녔다. 원장 사무엘은 마주한 경찰에게 이 사건을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장면이 등장한 덕분에 알리스가 조사하는 사건의 존재 여부가 분명해졌지만, 그럼에도 해결하기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서 언급했듯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자기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확신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알리스의 주장은 묵살되었던 게 당연했다. 알리스가 사건 조사를 위해 의도한 것이긴 하지만, 문제는 함께 지내는 환자들이 더러 타인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부분을 간과한 알리스는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가 기절하고 깨어나니 다른 환자를 죽인 살인자가 되어 침대에 결박되어 있었다. 내내 휴가 중이다가 마침 나타난 원장 사무엘에게 알리스는 그동안 다미안의 사건으로 편지를 주고받지 않았냐는 물음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부터 영화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알리스는 무엇을 위해 병원에 비밀로 잠입한 건지 밝혔지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서류로 인해 그녀의 말을 믿으려 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무엘은 그녀를 전형적인 정신병 환자 취급을 하며 남편을 독살하려 했던 사건에 대해 다 안다는 듯 말했다. 환경의 영향 때문인지 알리스는 자기 스스로도 혼란이 온 듯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짓을 말하며 들어온 곳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흐려진 것이었다. 심지어 알리스는 증상이 심한 환자들이 수용된 '우리'에 갇히기도 해서 정신이 날로 피폐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후 깜짝 놀랄 장면이 등장해 이게 뭔가 싶어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미로로 빠져들었는데 그게 어떻게 된 것인지 금세 밝혀졌으나 알리스의 증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남겼다. 알리스와 사무엘의 첨예한 대립은 영화의 엔딩까지 이어졌다. 그리고서 드러난 결말은 유명한 반전 영화와 굉장히 흡사했다. 그러나 결말까지 이어온 과정이 15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할애할 정도였나 의문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넷플릭스 영화 <신의 구부러진 선>은 유명한 스페인 스릴러 영화를 연출한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작품이다. 원작 소설이 존재하고 1979년에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영화의 배경도 1979년이었다. 오로지 감독만 보고 아무런 정보 없이 본 영화지만 생각보다 흥미롭지 않아 아쉬운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