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처절하고도 광기 어린, 매체에 대한 고찰의 연속

-장 뤽 고다르는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조로 꼽히는 누벨바그를 이끈 인물이며 <미치광이 피에로>는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영화사적으로 중대한 위치에 있는 것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 영화, 마냥 보기엔 쉽지 않습니다. 아방가르드하고 난해한 표현으로 가득 찬 이 영화는 오락으로 보기엔 너무 어려운 작품입니다. 이성적인 연결고리가 최소화된 이야기 아래 앞서 언급한 추상적인 표현들이 펼쳐지는 모습을 가만 보고 있다 보면 제 정신도 함께 아득해지는 느낌입니다. ​ -하지만 이 영화를 하나의 매체 실험으로 간주한다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결국 현실의 한편을 담아내는 카메라의 역할을 부정하고, 사실성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영화 기술의 역사를 부정하듯, 영화는 의도적으로 관객과 거리를 두어 이것이 허구의 영상, 연출된 매체라는 것을 부각합니다. 입체감을 죽이고 평면적인 앵글 아래 원색이 강한 조명을 쏘고, 부자연스럽게 서 있는 인물들을 담아내는(심지어 일부는 나체로 서 있는) 영화 초반 파티장 장면이나, 같은 컷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편집,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거는 연출, 원색의 강한 색감이나 갑자기 파쿠르를 하듯 구조물을 타고 움직이는 돌발적인 행동들, 이해할 수 없는 플롯, 두 주인공이 빠르게 주고받으며 리듬감을 형성하는 내레이션 등등. 연출된 허구로서 시도할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이 영화 전체를 아우릅니다. "벨라스케즈는 50세가 되자 구체적인 사물들은 더 이상 그리지 않았다. 그는 대상 주변을 맴돌며 빛과 공기, 텅 빈 공간과 그림자의 매력, 색의 두근거림들로 그의 고요한 교향곡의 보이지 않는 중심을 만들었다. 그 이후부터 그는 영원을 형성하는 형태와 색조의 신비한 조화만을 기록했다. 그 비밀스런 진행을 갑작스런 충격이나 잡음으로 방해받는 일도 없었다." -애초에 영화는 엘리 포르의 [예술사]에서 인용한 벨라스케즈에 대한 설명을 주인공 피에로[장-폴 벨몽도 분]의 입으로 읽으며 시작합니다. 항상 이성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하고 가정을 이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피에로의 삶에 5년 전에 만났던 연인이자 자신의 기분과 감정에 맞춰 세상을 사는 마리안[안나 카리나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형식적으로 드러나고 앞서 언급한 인용구에서 드러나듯 이성적인 이해를 걷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서인지, 혹은 목적으로서인지는 분간이 가지는 않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시도할 수 있는 지점들을 하나둘씩 건드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 -비록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닐지라도 왜 이 영화가 대단한 작품인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아마 영화에 대해 조금 더 공부가 된 상태로 이 영화를 본다면 보다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까 싶은 작품이었으며, 부족한 제 식견이 아쉬워지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