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니
2025.07.15
하나같이 밉상인 캐릭터들을 데리고 이렇게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참으로 대단한 능력이다.
하나같이 밉상인 캐릭터들을 데리고 이렇게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참으로 대단한 능력이다. 비질란테가 진짜 개귀엽다. 완전 또라이 소시오패스 살인광인데, 죽이지 말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시무룩해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너무 귀엽다. 피스메이커도 원체 미친놈이지만 비질란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또라이 병맛 캐릭터는 뒤로 갈수록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비질란테는 그렇지 않다. 처음 등장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납득되는(?) 그냥 미친놈이다. 피스메이커와 함께 고장난 가전제품에 총 쏘면서 즐거워할 때는 취미생활이 의외로 굉장히 건전해서 너무 귀여웠다. 게다가 피스메이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오로지 그를 위해 일부러 감옥에 들어가서 아빠를 대신 죽이려고 하고, 심지어 휴대폰 비밀번호까지 생일로 설정해놓을 정도이다. 그런 에이드리언의 마음을 몰라주다니, 크리스 이 나쁜놈! 비질란테가 가장 좋았지만 그 이외의 주조연들도 모두 상당히 매력적이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극혐이었던 피스메이커는 안타까운 서사와 함께 연민을 느끼게 되는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고, 리오타는 처음에 자기소개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이후로도 주위 사람들과의 티키타카가 너무 좋았다. 까다롭고 권위적일 것 같았던 먼이 부하들의 헛소리를 다 들어주는 것도 웃겼고, 메인 스토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주도 마스터가 잊을 만하면 나와서 치토스 먹고 있는 것도 웃겼다. 모든 장면, 모든 순간이 웃기다. 드라마를 보면서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많이 웃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거의 코미디 시트콤 수준으로 빵빵 터뜨리는데 이런 스타일로도 슈퍼히어로 스토리를 그럴 듯하게 전개시키는 것이 대단했다. 사실 반전이라고 나오는 것들도 대부분 클리셰였지만, 굉장히 임팩트 있는 전개를 보여줘서 뻔하다는 느낌 없이 끝까지 재미있었다. 이게 뭐야 했던 오프닝 크레딧은 분명 똑같은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웃겼고, 매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쿠키도 센스 넘쳤다.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도 되는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드라마지만 결국 마지막에 중점을 두는 질문은 이것이다. 피스메이커도 그렇고, 버터플라이도 그렇고, 모두 의도와 동기는 좋았다. 사악한 목적이 아닌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러한 믿음과 행동이 오히려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닐까. 시리즈 내내 자신이 따랐던 가치에 대해서 의심하고 고뇌했던 피스메이커는 마침내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선택한다. 평생 동안 자신을 옥죄었던 존재를 자기 손으로 끝내고, 허상이 아닌 친구를 구했다. 여전히 그의 곁에서는 트라우마가 괴롭히고 있고, 세상은 계속 망해가고 있지만, 왠지 모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