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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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

2018.02.11

아가다크리스티를 좋아한다. 철이 없었던 어릴적 꿈이 '탐정'이라서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홈즈, 루팡, 도루리레인 등의 탐정의 멋스러움에 홀딱 빠졌었고, 그리고 조금씩 철이 들어갈 무렵 방대한 아가다 크리스티의 '회색 뇌세포' 포와로를 알게됐다.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그녀의 소설들은 모두 접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만한 것들은 모두 탐독 했다. 거의 모든 작품들이 너무 재미있었고, 그중에서도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은 가장 흥미로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결론부터 얘기 한다면 영화로 만나는 <오리엔탈 특급 살인>은 그다지 매력적일 수 없다. 그녀의 추리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 까지 범인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에필로그로 나오는 포와로의 설명들은 뒷통수를 찡하게 때리기도 했었고 무릎을 치면서 포와로의 뇌세포에 맞장구를 치기도 했었다. 그런 추리소설의 매력을 한껏 접하고 나서 다시 영화로 푼다는 것은, 그녀의 소설 맨 끝장의 범인을 확인할 수 있는 에필로그를 먼저 읽고 책을 읽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절름발이가 범인인줄 알고 <유주얼 서스펙트>를 본다면 어떻겠는가. 세익스피어의 고전들을 꾸준하게 만들어왔던 '왕년'의 케네스브래너 가 직접 감독과 포와로 역을 맡았다. 그동안 고전들을 잘 각색해서 만들어왔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영국의 감독은 이번에도 비슷한 생각으로 작업했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캐네스 브래너의 그동안의 세익스피어 영화들 처럼 좋은 각색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은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밀실 트릭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 한정된 공간에서 예상외로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해 각각의 개성있는 여러가지 개연성으로 사건 현장에서의 단서와 용의자를 분간할 수 없을 장치들이 등장하는데 <오리엔트특급살인>에서는 그러한 장치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가 모두 실종됐다. 그러니까 원작의 에필로그가 모두 생략이 된 것이다. 포와로가 사건을 해결하고 그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조목조목 나열한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회색 뇌세포'의 기가막힌 과정이 모두 생략됐다. 그래서 이 영화는 '추리', 혹은 '미스테리' 의 묘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이 원작이 유명한 것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들에 대한 범인의 정체 인데 그저 소설속에서 보여지는 범인의 정체만 그대로 읆조릴 뿐이다. 어떠한 영화적인 장치나, 원작속에 등장하는 포와로의 번뜩이는 뇌세포에 대한 활약은 모두 생략됐다. 그가 어떻게 범인을 알아냈고, 용의자들의 어떠한 단서를 추측하여 판단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오리엔트특급살인>속에서는 보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엔딩에 포와로가 열차에서 내리면서 나일살인사건을 맡게된다는 후속편에 대한 복선도 그다지 반갑지 않다. 어쩌면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모든 영화들의 딜레마 일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영화적인 장치를 이용해서 관객들과의 또 다른 관심을 끌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은 어디에서 보이지 않는다. 사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원작이라,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살릴까가 가장 궁금했는데 그저 유명 배우들의 머리수만 모아놨다고 해서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을 것이다. 한정된 열차라는 공간에 대한 효율성이나, 한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건에 대한 시시각각 급변할 수 있는 서스펜스 적인 요소들이 모두 무시됐다. <오리엔트특급살인>는 영화속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여러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아가다 크리스트의 그 쫄깃하고 흥미진진한 포와로의 활약을 볼 수 있는 원작의 재미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P.S : 캐네스 브래너의 콧수염은 정말 안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