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항빈
2020.05.27
'미스비헤이비어'는 1970년 미스 월드 대회의 성적 대상화에 반발하여 여성해방운동을 알릴 작전을 짜는 여성 운동가들과 이 대회를 통해 인생의 새 기회를 얻게 된 미스 월드 참가자들에 대한 실화 바탕 영화다. 엄청난 출연진을 내세운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이며, 예고편으로 봐서는 메시지를 상당히 직설적으로 전하는 느낌이 들어 '서프라제트'처럼 인물들을 확성기 수준으로 밖에 취급 안 하는 밋밋한 영화가 될까하는 걱정은 있었다. 우려와 달리 이 영화는 캐릭터들에게 제대로 된 인간 대우를 해준다. 학계에 몸을 담고 있지만 여성이라는 점 하나로 입지가 좁은 애 엄마 샐리, 과격하고 직설적이지만 목표 의식 하나는 뚜렷한 행동파 조는 어찌보면 사회 운동 관련된 영화의 전형적인 캐릭터들이다. 논리정연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짜는 이성파와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에너지를 가진 행동파의 대비되지만 조화로운 모습, 그리고 이들이 겪어야하는 일상 속의 차별과 그 차별의 대물림에 대한 경각심 등 영화는 상당히 탄탄하게 이들이 혁명을 하는 이유와 방법을 잘 제시한다. 특히, 엄마와 딸을 모두 지켜보는 샐리는 과거와 미래의 여성상과의 대화와 토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인종차별이 개입된 미스 월드 대회에 참가한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미스 월드 대회를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 혹은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참가자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피부색 때문에 아름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야하고, 심지어 고국에서는 백인들과 같은 버스에도 못 타는 참가자도 있다. 그들에게 미스 월드 대회는 전세계 한 가운데서 당당하게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셈이다. 미스 월드 대회는 분명 성적 대상화를 전제로 한 올바르지 못한 장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의 목소리마저도 못 내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이 영화는 여성들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투쟁이 다른 사람들과 환경에 따라 다른 형식, 어쩌면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영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여성들의 투쟁은 정당하고 아름답다고 박수를 보내며, 이들을 이런 길로 내몬 가부장적 시스템을 비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