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방랑거미
2025.08.05
스포일러 주의!
카비리아의 밤에 그린 포시의 매혹적인 괄호.
밥 포시 감독의 개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나에 대한 단서로 가득하다. 채러티 발렌타인은 후에 나오는 주인공들(<캬바레>의 셸리, <레니>의 레니, <올 댓 재즈>의 조)과 마찬가지로 이상주의적이고 허풍 가득한, 짙게 화장을 한 엔터테이너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인서트, 급격한 줌 인 같은 유려한 스타일 역시 후기작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요소에서는 처녀작에서 걱정할 과욕이 엿보인다. 가령 10분에 걸친 클럽의 댄스 장면은 자체로 굉장히 고혹적이지만 영화의 맥락과 동떨어진 과시적인 장면이다. 결혼을 앞둔 채러티의 기쁨을 드러내는 3번에 걸친 인서트, 그와 이어지는 댄스 신도 이후의 비극을 강조하기엔 지나치게 길고 화려하다. 이런 늘어지는 서사의 리듬은 이 독창적인 장면들을 볼거리 많은 영화에 그치게 한다. <캬바레>를 비롯한 후기작들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이다. 아쉬움을 먼저 이야기했으나 앞서 언급했듯 이 영화에는 눈여겨볼 지점이 아주 많다. 위대한 예술가의 데뷔작에서 기대할 법한 매력적인 치기가 가득하다. 가령 포커스 아웃을 통해 컷을 한다거나 (이후 영화에서 간결하고 리드미컬하게 사용한) 피사체를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재빠른 샷들, -실크 헤드와 지팡이를 소품으로, 선반을 무대로 한- 눈을 뗄 수 없는 춤, 담배 냄새를 감추려 연기를 옷 포장지에 불어넣는다는 재치넘치는 아이디어 등 밥 포시가 영화라는 캔버스를 처음 만나 신나게 휘두른 붓은 낙서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그림도 많이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