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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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2

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보통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게 감정적으로 몰입을 해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임에도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기울이는 편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 팬지는 내가 너무나도 싫어하는 타입의 사람이라 좀처럼 마음이 가질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여기며 심적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 그러다 타인에 이어 가족에 포커스를 맞춰 전개되면서 모두에게 일관적인 팬지가 왜 화만 내는 건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반에 화를 내는 팬지를 보여주고 난 이후 곧장 샨텔의 모습을 비추었다. 헤어 디자이너인 샨텔은 머리를 맡긴 고객과 사소하고 잡다하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웃으며 듣고 장단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업무라서 친절하게 대하는 거라고 보일 수 있었는데, 샨텔이 집에서 두 딸과도 그렇게 대화하는 걸 보며 팬지의 가족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걸 느끼게 했다. 그리고선 샨텔의 두 딸이 회사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짧게 보여줬는데, 그 장면에서 타인이 어떤 방식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는지 팬지와 비교되었다. 일을 하다 보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대표의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업무적으로 미숙한 부분을 선임이 다시 지시하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두 딸이 직장에서 대표와 선임에게 받은 지시는 부정적인 것이었지만 주인공 팬지의 화법과는 달랐기에 듣는 입장의 감정 또한 달라진다는 걸 분명히 깨닫게 했다. 이런 장면들 이후에 팬지와 남편 커틀리, 아들 모지스의 모습을 집중해서 보다 보니 그들이 말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식사를 할 때에도 팬지만 투덜거렸고 집에서 사소하고 일상적인 그 어떤 말조차 하지 않는 걸 보며 팬지에게 마음을 기울이게 되었다. 언제부터 팬지가 화만 내게 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모지스가 엄마에게 해야 할 말을 사촌들이 대신해주고 커틀리는 아내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조차 팬지를 부르지 않는 걸 보며 처음부터 부정적이진 않았을 팬지를 집안 환경이 이렇게까지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샨텔과 두 딸이 자기들 친구의 이름을 거론하기까지 하며 사소한 대화를 즐겁게 나누고 있을 때 팬지의 가족은 마치 묵언수행을 하는 것처럼 보여 비교가 되었다. 남자들이라서 말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화가 난 것처럼, 팬지와 말을 섞기 싫은 것처럼 입을 꾹 닫고 있던 걸 보면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된 건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대화였다. 샨텔과 딸들처럼 재잘재잘 떠다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필요한 말은 해야 하고 어색해도 진심은 표현을 해야 했다. 헤드셋을 쓰고 있어서 대화조차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지스도, 팬지가 수십수백 번 말을 한 요구 사항을 안 들어주는 커틀리도 언어적 습관을 분명히 바꿔야 했다. 자매인 샨텔만이 팬지를 이해하고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걸 보며 그녀에게 필요한 건 단순하지만 확실한 표현과 진심 어린 감정이라는 걸 느끼게 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 <내 말 좀 들어줘>는 비호감으로만 보이는 중년 여성을 중심으로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많은 사람이 됐는지 이해시키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제목이 왜 <내 말 좀 들어줘>인지 납득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사실 '내게 말을 좀 해줘'라는 팬지의 속내였다고 깨닫게 되었다. 가족 간의 대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10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 대화와 상황을 통해 인물의 마음을 느끼게 하는 영화라 불친절하게 여겨질 수 있을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현실적인 느낌이 들어 괜찮게 감상했다. 몰입해서 감상하다 보니 은근히 코믹하기도 하고 조금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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