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피겔
스피겔
2020.06.20
어느 밤 두 개의 달이 뜬다면 이 영화와 같을 것이다
어느 밤 갑자기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뜬다면, 어떻게 두 개의 달이 태어났는지, 또는 왜 두 개의 달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의 질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달이 두 개가 되었으니 이젠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이다. 오컬트적 재난은 시시때때로 우리를 덮치고, 우리는 평범한 개인이기 때문에 어찌하여 그 재난이 우리를 덮쳤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이미 너무 커다란 격변이 일어나 버렸기에 우리는 그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아직 인간은 시간을 선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오컬트적 사건들로 가득 차 매 순간 뉴 노멀을 만들어 낸다. (오히려 새로운 뉴 어브노멀이라는 표현이 더 좋을수도 있다) 세월이, 코로나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임계점을 한 발자국씩 부숴나가는 세상에서 무력한 개인은 격변 이후를 어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 속에서 계속 다시금 덮쳐오는 데자부. <사라진 시간>은 그런 영화이다. 오컬트의 존재 의의 중 하나는 실제 현실에서의 오컬트적 격변을 가장 유려하게 암시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사라진 시간>은 개인을 덮친 그 오컬트적 격변이 무너뜨린 올드 어브노멀을 어떻게 기억할지, 또 그로 인한 뉴 어브노멀을 어떤 꿈으로 생각할지 묻는다. 따뜻하고 공포스러운 환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