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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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1

당신의 사랑이 필요해

감독과 연기자로 활동 중인 남연우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초미의 관심사>는 사정상 별거 중이던 엄마(조민수)와 순덕(김은영) 모녀가 사정에 의해 사라진 막내 유리(최지수)를 찾으러 다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형식적으론 로드무비와 버디무비로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런 형식들의 영화가 그러하듯 극과 극의 인물들이 같은 목적을 통해 함께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 ​ 영화 <초미의 관심사>도 마찬가지이다. 막내 유리가 가지고 사라진 비상금 때문에 어쩔 수없이 함께하지만 그 여정을 통해 천천히 서로에 대해 몰랐던 사실과 관심사를 그들이 만났던 주변 인물들을 통해 듣는다. 그런데 이런 모녀의 모습은 현실 속에도 다분히 존재한다. 괜히 가족을 가깝고도 먼 사이라 일컫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오해와 앙금만 남았던 모녀의 여정은 화해와 치유의 여정처럼 보인다. 로드무비 결말이 그러하듯 말이다. - ​ 이 영화는 누군가의 꿈과 성장 그리고 삶의 터전인 `이태원`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전개된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한 터전을 어쩔 수없이 버리고 떠났던 엄마가 다시 돌아와 `이름(정체성)`을 찾게 되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엄마의 빛바랜 청춘의 공간이었던 이태원이 현재 딸 순덕이 꿈을 이루기 위한 터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모녀의 모습을 보면 욕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떠오른다. 결국, 욕도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일 테니깐. - ​ 또한 이태원은 다양성이 공존한다. 개성이 뚜렷한 극과 극의 모녀와 트랜스젠더 그리고 게이 커플과 생김새와 언어가 다른 인간 군상들 모두를 보듬으며, 그들의 힘겨운 삶을 따뜻하게 응원한다. 그렇기에 의례 다양성을 다룬 영화들과는 다르게 회색빛이 아닌 컬러풀하다. 이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그 터전에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색깔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각자의 색들이 서로에게 물들어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때론 유쾌하고, 때론 유치하게 펼쳐진다. - ​ 영화 <초미의 관심사>에서 순덕은 `블루`라는 가명으로 클럽에서 활동 중인 재즈 가수이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이런 장면들은 래퍼로만 알고 있던 치타(김은영)의 음악적 재능을 볼 수 있던 장면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반복된 음악이 흑인들의 역경 속에서 비롯된 재즈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흑인들의 역경을 앞서 언급한 소시민들의 역경으로 치환시킨다면 어쩜 순덕의 음악은 그들의 치유의 도구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겐 음악은 삶의 활력소이자 또는 치유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니깐. - ​ 영화는 비슷한 장르가 그러하듯 정해진 수순으로 마무리한다. 이야기의 전형성을 과장된 캐릭터로 가리려 한 부분도 보였고, 의도적으로 장면에 개입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그 부분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진다. 그렇게 남은 것이 `사랑`이다. 그때 말하지 못했던 말들 또한 사랑해서 상처를 주기 싫었던 것이고, 오랜만에 만난 모녀가 서로 틱틱 되지만 그 또한 사랑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영화 <초미의 관심사>는 긴 시간 돌고 돌아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영화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