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샤일록
2025.09.11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빛과 색의 아름다운 마법
셰익스피어가 단독으로 집필한 마지막 희곡 <템페스트>는 많은 연구가로부터 셰익스피어의 자의식이 반영된 작품으로 곧잘 해석된다. 주인공 '프로스페로'는 셰익스피어 자신이 투영된 인물로, 그가 부리는 마법은 자신의 예술 활동을, 그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인물들은 그의 희곡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상징한다. 그가 마지막에 자신에게 충성하던 공기의 정령 '아리엘'을 해방시키고, 다시는 마법을 쓰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책과 지팡이를 땅에 묻어버리는 장면은, 사실상 셰익스피어의 극작가로서의 은퇴 선언과 다름없다. 영화 <아리엘>은 <템페스트>가 지닌 작가의 자의식을 이어받아, 예술가와 그의 작품, 그리고 그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관계를 재현하고 확장한다. 영화 속 아리엘 캐릭터는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과 매체 장치가 의인화된 존재로서, 외부에서 온 배우 아구스티나를 아조레스 섬의 세계로 인도하고, 매일 해가 지기 전 모든 무대를 끝내야 하는 섬의 규칙을 알려주며 영화가 작동하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파괴하려는 등장인물들이 스크린 너머 관객을 응시하며 제4의 벽을 깨는 연출을 통해, 관객 역시 캐릭터를 구속하는 체계의 일부임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의 영화처럼 텍스트를 끝까지 곱씹는 맛은 부족하다. 대신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영화는 이미지를 통해 텍스트가 남긴 그림자를 느끼게 하고, 관객을 감각의 바다로 천천히 흘려보내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조레스 제도의 신비로운 풍경이 비현실적 분위기를 고조시켜 영화 내내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셰익스피어 언어의 아름다움을 반사하는 듯한 빛과 색감은 마법처럼 다가와 숨죽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