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송씨네
2025.09.20
어느 검은 천사의 지구 마지막 날.
정신병원을 탈출한 세 남녀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날을 보내는 이야기. 짧막한 소동극으로 보기에 많은 슬픔을 들려주고 있지요. 짧아서 적당했고 깔끔했던 작품입니다. 누군가 준비한 장미 한 송이들이 짓밟히며 시작한 영화는 단순한 사랑영회임을 거부하는 선전포고 같죠. 코코는 억지로 떠밀려 정신병원에 들어왔는데 모두들 어제 꾼 꿈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있을 때 책만 보는 츠무지를 보면 이 정신병원에서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환영처럼 보이는 선생님의 성기가 마치 샤워기처럼 기묘한 장면을 보고 있자니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의 기괴함이 살짝 떠오르더군요. 물론 기괴한 건 맞지만 납득기지 않는 기괴함은 아니었던 것이죠. 검은 날개옷을 좋아했던 코코는 까마귀 털을 뽑아 더욱 풍성한 날개옷을 만듭니다. 작은 성당의 신부는 이들의 기괴한 모습 속에서도 신의 뜻이 아닐까란 생각도 하죠. 믿음이 사라진 츠무지는 성경을 읽고 믿음을 억지로 갖아서라도 천국에 가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악행에 괴로워할 수밖에 없죠. 사토루를 포함한 세 남녀는 탐사를 넘어 모험(이라 읽고 탈출이라 쓰는…)을 하기로 하죠. 그 규칙이 흥미롭습니다. 땅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담벼락의 공중만 그 걸음이 허락된다는 것이죠. 성당 사다리에서 내려오지 않은 것도, 쓰레기 더미에서도 결국 땅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는 건 신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토루가 땅에 떨어지며 사실상 낙오되는 순간 이미 비극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죠. 그들이 최후의 날이라고 생각한 7월 10일은 성경책을 만든 출판사의 발간일일 뿐이죠. 츠무지는 용서받지 못했고 코코는 그의 죄를 사해주기로 하고 스스로 소멸을 선택합니다. 어쩌면 코코는 정말로 (타락)천사였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누군가는 구원을 받고 우리는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일지도. ‘러브레터’를 시작으로 저는 이와이 슌지의 순한 맛만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초기 매운맛들을 몰라봤던 저를 반성하게 됩니다. 감독님, 저도 구원해주시는 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