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는 엄마 쪽의 유대인 가족과 아빠 쪽의 무슬림 가족이 맨날 티격태격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요리광 소년에 대한 영화다. '기묘한 이야기'의 노아 슈나프와 '브레이킹 배드'의 마크 마골리스가 출연해서 반가운 얼굴들도 있는 영화였으며, 음식 영화라는 점에서 눈과 침샘을 즐겁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봤다. 음식 영화는 요리 과정에서 싱싱한 재료들을 손질하고, 맛깔나 보이는 소스를 만들고, 맛도 한번 맛보고, 그리고 이들을 모두 합치게 되며 군침이 돌게 하는 풍채의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시청각적으로 자세히 보여주는 것이 최대의 오락적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액션 영화의 총격과 추격과 폭발과도 같은 씬들인 셈이다. '아메리칸 셰프'가 그런 점을 가장 극대화한 케이스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 같은 경우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침샘 자극하는 순간들이 꽤 있긴 했다. 하지만 음식 영화에서 음식은 단순히 먹거리가 아니다. 보통 음식은 캐릭터들에게 요깃거리 이상의 의미가 가지고 있다. 이 영화 같은 경우, 음식은 곧 정체성이다.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고향과 사람들과 추억의 맛이 깃든 음식은 자신의 출신과 문화와 배경을 한 곳으로 모은 듯한 상징물이다. 영화는 절대 조화할 수 없는 것 같지만 두 가족, 하지만 그 두 가족을 모두 사랑하는 주인공이 요리의 퓨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의 퓨전, 그리고 가족의 퓨전을 꾀하는, 정말 순수하고 귀여운 발상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점차 요리를 통해 본인 또한 성장하는 이야기를 전개하며 영화 내내 관객을 기분 좋게 해주는 에너지, 그리고 주인공의 혼란이 자아내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의 포근한 파스텔 톤 색감은 포근하고도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 영화의 따뜻한 톤을 잘 설정해준다. 주인공의 일기장과도 같은 SNS 포스팅 부분을 시각화한 점은 톡톡 튀는 면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유의미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가장 보기 편하게 시각적으로 구성됐고, 그 점이 나름대로의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등장하는 요리들을 시각적으로 부각시키기에는 매우 부족하기도 하다. 어찌보면 음식 자체보단 주인공에 집중하고 싶은 연출 의도가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요리 시퀀스를 생동감 있게 연출하고 음식을 이야기에서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음식에도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서 그를 통해 주인공을 더 부각시켰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