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샤일록
2025.09.25
맑고 청량한 소녀 시절을 좀먹던 어른들의 구린내
폭력적인 가정에서 성장하는 소녀의 이야기 자체는 더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같은 주제를 훨씬 섬세하고 정교하게 다룬 작품들이 너무 많다. 노골적인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 장면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면서도 충분한 숨구멍을 마련해주지 않아 지켜보기 벅찰 때가 있었다. 주인공 '샤오리' 또한 고통받는 아이 그 이상의 캐릭터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샤오리가 마지막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순간이 거의 없었던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한계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서기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그때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에서 오는 울림이 있었고, 인물들의 감정을 끝까지 따라가게 되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 '쥐안'의 과거 회상이 현재의 시간과 감정의 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샤오리의 모습과 겹쳐 보이도록 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으며, 암울한 현실과 대조되는 청량한 색감과 자연광을 활용한 영상미는 영화가 완전히 폭력에 매몰되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로 기능했다. 개인적으로는 폭력 장면의 비중을 좀 덜어내고, 샤오리와 전학생 '리리'의 관계를 더 풍부하게 그려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렇게 했다면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위안의 공간이 더 확보되었을 것이며, 동시에 샤오리가 겪는 폭력의 무게가 훨씬 크게 대비되어 감정적으로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단점이 분명하지만, 이 작품이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 또한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서기의 다음 감독작이 더욱 사려 깊고 완성도 높은 시도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