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메타몽
2025.09.30
이 정도 완성도의 작품이 별점 1점과 무자비한 악플을 받는 걸 보니, 한국 영화의 미래가 암담하다.
박찬욱의 영화는 원래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나 역시 그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개연성’ 하나로만 깎아내리는 대중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영화는 애초에 블랙 코미디다. 블랙 코미디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장르가 아니다. 과장과 비틀기를 통해 현실을 풍자한다. 모든 영화가 사실주의일 필요는 없으며 장르마다 고유한 문법이 있는 법이다. 이를 무시한 채 리얼리즘의 기준으로만 재단하는 태도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이를테면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 설정 아래 비현실적인 납치와 고문을 행하고,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세탁기에 사람을 넣고 형사를 죽이는 등 극단적인 폭력이 난무한다. 그 작품들을 ‘말이 되느냐’는 기준으로만 평가했다면 지금처럼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블랙 코미디는 애초에 과장된 설정을 통해 현실을 드러내는 장르다. 주인공이 재취업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설정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문자 그대로의 설득을 요구하는 사건이 아니라, 극단으로 밀어붙인 사회적 은유다. 생존 경쟁에 내몰린 개인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일 뿐이다. 물론 작품 내에서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몇몇 장면은 “읭?” 싶은 지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나도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전작인 <헤어질 결심>처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는 확실히 아니며, 내러티브에 빈틈도 많다. 하지만 연출, 연기, 미술을 종합하면 1점을 줄 작품은 결코 아니다. 최근 넷플릭스에 쏟아져 나온 저품질 한국 영화들과 비교하면 정말 잘 만들었다. 이 영화가 재미없을 수는 있다. 취향의 문제니까. 하지만 장르적 문법을 무시한 조롱과 1점 테러는 비평이 아니다. 박찬욱 정도의 거장조차도 이렇게 대중에게 외면 당하는 걸 보니, 앞으로 블랙 코미디와 같은 모험적 장르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영화관에는 안전한 공식과 즉각적 소비에 최적화된 오락영화만이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