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방향 없는 욕망이 지배하는 판 위에서 허무하게 패를 쌓아올린다

마작의 자세한 규칙은 모르고 직접 해본 적도 없지만,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패를 숨기고 상대의 패를 읽으며 유리한 조합을 맞추는 게임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영화 속에서 마작하는 장면은 후반부에 잠깐 스쳐 지나가듯 나올 뿐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관계 자체가 마작판과 같다. 모두가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숨기거나 가장하고, 서로 속고 속이며, 필요와 이익에 따라 일시적인 동맹을 맺고 배신을 반복한다. 영화가 그려낸 90년대 타이베이 청년들은 세계화의 변두리에서 불안정하게 부유한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물질만능주의와 서구 문화의 영향이 짙어졌고, 젊은이들은 돈과 사회적 인정에 집착하며 사기·매춘·폭력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애초에 정직과 진심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이기에, 감정보다는 머리와 계산, 속임수를 통해 살아남으려 한다. 그러나 감정을 배제하면 관계는 단순히 거래와 착취의 장으로 전락하며, 삶은 진심 없는 게임처럼 흘러간다. 결국 이들의 생존 전략은 아무런 성취도 의미도 남기지 못한 채 허무하게 무너진다. 근대화와 자본주의와 함께 부패한 사회상에 대한 풍자, 거칠고 날카로운 유머가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냈고, 다수의 인물이 복잡하게 얽히며 사건이 끊임없이 터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돈·섹스·거짓말만로만 연결되어 있던 인물들이 후반부에 각자의 업보를 마주하며 불시에 감정을 폭발시키는 순간들이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씁쓸한 맛을 남기며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