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잔
2025.10.05
DC의 안간힘 처럼.
좋은 배우들은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가장 기본중에 하나다. 좋은 연출, 좋은 각본도 중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그 드라마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도 있다. 전지현과 강동원. 강동원과 전지현.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캐스팅 조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타로서의 화제성은 물론, 배우로써의 인지도, 그리고 그들을 활용하는 이미지들은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최상의 캐스팅일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의 이름에 전혀 뒤쳐지지 않을 정서경의 각본은 이 드라마 <북극성>에 얼마나 큰 기대를 품고 있는지도 충분히 실감한다. 그래서 디즈니플러스의 <북극성>은 어쩌면, 출연료와 회당 제작비가 화제가 되는 것을 떠나, 그들의 사활이 걸린 작품이였을 것이다. 총 9부작의 이 드라마는 그 사활에 걸맞는 작품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의 퀄리티로는 여기저기 많은 것들이 아쉬움 투성이다. 물론, 재밌고 즐거운 것들도 있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만큼의 드라마로 느껴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퀄리티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기대는 정서경이였다. 박찬욱이라는 거장의 파트너로써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녀의 드라마들은 그에 걸맞게 충분히 빛났다. 덕분에 기대치는 높아졌고, 그 기대치에 전지현, 강동원이라는 조합까지 겹쳐지면서 디즈니플러스의 사활 만큼이나 높은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부인하지 않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극성>은 실망스럽다. 전지현은 어디서나, 어느 각도에서나 여전히 아름다움이 빛나지만, 그 아름다움을 더 멋지게 포장해야 하는 주인공의 이미지들에는 그녀의 외형을 따라가지 못한다. 덕분에 강동원의 역할이 많이 축소된 듯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이 드라마에 미스캐스팅이 아닐까 할 정도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 소년스러운 강동원이 이미지가 <군도>에서는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무사의 이미지가 찰떡 같았지만, 이 드라마속의 멋진 용병은 그의 이미지속에서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연출의 책임이기도 하다. 최고의 용병으로 등장하기에 임팩트 있는 액션이 필연적이였지만, 그가 보여주는 액션에서 그 어떤 카리스마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다. 덕분에 두 남녀의 '뜬금없는' 로맨스를 보면서 이 장면을 위해 캐스팅 한 것인가 하는 오해 아닌 오해가 생길 정도다. 첩보 액션이라는 생소한 장르속에서 정서경의 각본은 마치 제철이 지나 이제는 시들어 버려 당도가 전혀 없는 과일 같았다. 특히 극속의 대사들은 B급영화나 병맛 영화들에서나 볼 수 있는 촌스럽고 억지스러운 대사들이 드라마 곳곳에서 지뢰 역할을 한다. 물론 이 지뢰 역할은 대사로 끝나지 않는다. 드라마속의 당위성은 후반부로 갈수록 희미해지고, 일방적이고 커다른 판을 키우려고 하는 억지스러움만 느껴진다. 갑자기 <미션 임파셔블>을 보는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에단 헌터는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두 주인공은 달달한 러브씬으로 그 긴장과 위기들을 대체 한다. 후반부터 등장하는 '스텔라 영'의 정체와 당위성 역시 B급 영화나 병맛 영화속의 설정 같이 황당하고 설득력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러한 퀄리티 덕분에 전지현의 외모만 보여지게 되고, 왠지 강동원은 안쓰럽게 까지 느껴질 정도다. 마블 스튜디오가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전세계의 영화판을 독주하고 있을 때, 그에 대응하려는 DC의 움직임은 마블 영화에 피드백을 만들 수 있는 영화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많은 기대를 하게 됐다. 그러나 지금 까지도, 다시 만들고, 또 하고, 다시 해서, 리부트, 스핀오프, 속편 .... 등등의 온갖 잔머리를 굴리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서 <북극성>은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DC 의 기대작 <슈퍼맨> 같다. 전직 마블의 키맨이였던 감독을 데려와 수장에 앉혀 만든 <슈퍼맨>은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DC의 미래를 볼 수 있었고, 디즈니플러스의 안간힘인 <북극성> 역시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