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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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6

스포일러 주의!

바람에 실려 온 위로

라우라를 옐레나라는 이름으로 무심코 잘못 불렀을 때부터 예상한 부분이 있었기에 전개 역시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다. 남편과 아들보다 상실을 더욱 고통스럽게 겪고 있는 베티가 라우라에게 자살한 딸 옐레나를 덧씌워 보고 있었기에 그 마음이 절로 헤아려졌다. 당연히 그러면 안 되는 거고, 라우라가 알면 불쾌할 게 뻔했지만 베티는 라우라와 함께한 덕분에 상실의 고통이 아물고 있었다. 처음엔 베티를 의아하게 여기던 리하르트 역시 그녀에게 동화되었던 걸로 봐서 부모의 마음이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반면에 아들 막스만은 이 상황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며 부모에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일깨웠지만, 그 역시 같은 상실을 겪은 가족이었기에 부모의 아픔에 마음이 기울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라우라는 당연히 불쾌해하며 베티의 집에서 떠나는 선택을 했다. 이전에 충분히 부를 수 있었던 아빠에게 연락해 데리러 와달라고 했고, 그렇게 떠난 라우라는 잠깐이나마 베티와 좋았던 기억까지 퇴색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결말에서 영화는 떠난 라우라를 지켜보는 베티의 가족과 그들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걸 알고도 안도의 미소를 짓는 라우라를 보여주며 상실을 겪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헤아리는 의미를 전달했다. 사랑하는 사람, 특히나 자식, 가족을 잃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공허를 남긴다. 베티처럼 무언가에 중독되어 가족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뜻밖의 존재가 나타남으로써 상실의 공허를 조금씩 메우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 경험을 통해 이제는 일상으로 조금씩 되돌아가는 과정은 평범했지만 긍정적인 변화였기에 의미를 남겼다. 라우라는 처음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불쾌했겠지만, 그들의 상실을 이해하게 되었기에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영화 초반에 커튼을 펄럭이게 만든 장면이 엔딩에서도 등장하는 걸 보며 바람이 실어다 준 위로라는 생각을 했다. 위로의 대상은 베티의 가족이었지만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은 라우라에게도 위로를 남겼을 터였기에 그 미소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영화 <미러 넘버 3>는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원소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페촐트 감독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파울라 베어가 이번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아 '원소 3부작'을 완성한 게 인상적이다. 가만 보니 파울라 베어가 <운디네>에서는 물의 정령이었고, <어파이어>는 꼴도 보기 싫은 주인공을 변화시킨 불의 여신이었으며, 이번에는 바람의 요정이 되어 위로를 건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잘해서 너무 매력적인 배우다. 페촐트 감독의 영화는 평범한 배경임에도 늘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이 나서 보고 영화를 보고 나면 판타지를 본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이 영화도 그런 느낌이라 흥미로웠고, 신비롭게 건넨 위로라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