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눈동자를 지나 히치콕이 소개해 준 노먼 베이츠와의 인사

전복과 노먼 베이츠의 매력 히치콕의 《싸이코》(Psycho, 1960)는 여전히 현대 스릴러의 원형으로 남아 있다. 6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단순히 한 여성이 돈을 훔쳐 도망치는 이야기에서 출발해, 극의 주체를 전복시키며 관객의 기대를 철저히 배반한다. 여주인공이 살해당하는 순간, 서사는 완전히 새 주인을 맞이한다. 히치콕은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파격적인 서사를 통해, 관객이 감정이입하던 인물의 부재 속에서 새로운 긴장의 중심 노먼 베이츠를 인사시킨다. 중간에 마리온을 따라오는 경찰은 완벽히 객체로 존재하는데, 노먼 베이츠가 등장하는 순간 마리온이 어느새 조연이 되어버린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도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서사의 전환이다. 연출력은 흔들림이 없다. 도망치는 마리온의 귀에 들려오는 실제 목소리들(Interior Monologue)은 관객에게 그녀의 죄책감과 공포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이 청각적 장치는 관객을 마리온의 불안한 심리 상태에 동화시키며, 그녀와 함께 도망치는 듯한 소름 돋는 경험을 선사한다. 물론 유명한 죽은 자의 눈동자를 직시시켜주거나 샤워신의 비명과 음악은 굳이 내가 한 번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노먼 베이츠라는 살인마 캐릭터는 (실존인물을 기반했지만) 굉장히 매력적이다. 어머니 인격이 발현될 때 할머니 분장을 하고 나타나는 모습은 기괴함보다는 오히려 웃기고 귀여운 면모를 보여주며, 그런 점에서 캐릭터적인 매력이 충분히 발산된다고 본다. 배우의 뛰어난 연기 또한 이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일조했다. 어머니가 시체로 보존되어 있던 반전도 좋았고, 마지막에 노먼 베이츠가 해골과 겹쳐지며 섬뜩하게 웃는 얼굴은 최근 반전 영화의 결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늪에서 차가 인양되며 끝나는 엔딩 또한 의미심장하다. 그 늪 속에 마리온과 사립탐정 외에 몇 명의 시신이 더 묻혀 있을지 모른다는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끝난 후에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이 영화의 모든 반전을 알고 보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충분히 재밌었지만, 그 반전을 모르고 보았다면 얼마나 소름이 돋았을까 궁금하다. 시대를 앞서간 서스펜스의 정수, 단지 내가 너무 늦게 만났다. 만점을 주지 못한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