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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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
본능을 마음껏 내뿜을 수 있는 자유
처음 보았을 땐 '욕망'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억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19세기의 열일곱 소녀를 옭아맨 것들에 대해. 캐서린이 바란 게 권력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아니란 걸 깨달았다. 캐서린은 그저 본능, 그리고 그 본능을 마음껏 내뿜을 수 있는 자유를 원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캐서린을 쫓아가다 보면, 가끔 돌부리가 앞에 놓인 듯 멈칫하게 된다. 세바스찬에게 사랑을 확인할 때, 벽을 사이에 두고 보리스가 죽는 동안 안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때, 테디와 푸른 들판에 앉아 어머니의 추억을 되돌아볼 때. 영화가 캐서린이라는 캐릭터에게 마냥 악독함만을 쥐여준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달까. 물론 캐서린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겠지만, 그 면면들을 떠올려보면 총구가 마냥 캐서린에게만 향하진 못할 것이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1993)를 보면서 느꼈던 묘한 희열을 또다시 느꼈다. 욕망을 따라 간 여성의 삶이 결국 죽음을 택하지 않았기에, 억압된 인간의 선택이 결국 복종이 아니라, 자유로운 내일이었기에 '이래도 되나' 싶은 해방감을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