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피두스
레피두스
2025.10.25
그 저택에선 보이지 않는 저 밑바닥의 원망과 증오.
“잘못 유괴된 아이”라는 한 줄 하이 콘셉트로 시작한 영화는 고뇌하는 윤리 드라마인가 하다가도 손에 땀을 쥐는 수사극이 되고, 이렇게 다 끝나는가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장면으로 관객을 이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등줄기를 스멀스멀 기어오르던 감각은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폭발하며 그 정체를 드러낸다. 패전 후 일본의 경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군수 기업의 후신을 먹고 자랐다. “군화나 만들던” 선대 회장의 뒤를 이어 보수적 가치를 고집하는 곤도 이사는 성실한 기업인으로 보이나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유괴범은 그 호화 저택을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정작 훤히 다 보이는 도쿄의 전경이 모두 그를 올려다보고 있음은 보지 못한다. 실내극에서 인물의 구도만으로 눈을 호강시키는 우아한 카메라는 경찰과 언론의 연옥, 노동자와 빈민의 지옥으로 떨어질 때마다 오히려 인물에게 바짝 붙는다. 면회실 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실루엣을 겹쳐 보는 두 사람이 끝내 이해를 포기할 때,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는 관객의 코앞에 육중한 셔터를 내려 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