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보다 더 막장인 비극이 어디 있으랴?

설원으로 가득한 강원도 사북. 열차가 지나간 이 것에는 하이원 리조트도 있고 정선 카지노가 있는 것도 이 근방이죠. 하지만 과거 이 곳은 1960년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방문해 끊임없이 격려하던 탄광촌 중의 하나입니다. ‘나는 산업 전사 광부였다’란 어마무시한 글 뒤에는 아픔이 묻어 있는 곳이죠. 이야기는 1980년 4월로부터 시작합니다. 어마어마한 양을 채굴하는 곳이지만 매년 200여 명의 사람들이 광산에서 세상을 떠납니다. 높은 채굴량에 비해 어딘가 획득량을 광부들에게 줄여 발표하고 암행독찰대란 이름으로 친인척으로 구성된 이들이 광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합니다. 돼지 우리만도 못한 열악한 환경에 자신들이 캐낸 석탄으로 만든 연탄을 시중가보다 비싸게 사는 아이러니도 벌어지죠. 노조가 있으나 어용노조로 비난받기 일쑤였고 지부장의 얼굴은 보기 힘들어집니다. 공교롭게도 10.26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타이밍이 좋지 않은 때 전두환이 장악한 정권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것보다도 이들 광부들은 먹고 살아야 하는 걱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현 지부장을 밀어내는 게 관건. 수상한 복장의 경찰이 새 지부장 선거에 나타나 사진을 찍고 달아나다가 광부 노동자를 치는 사고가 벌어집니다. 파출소를 장악하고 지부장의 아내는 손이 묶여 있습니다. 경찰과 광부가 안경다리에서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이 다치거나 죽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어렵사리 협상을 마무리짓고 평화를 되찾는가 싶었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1980년 사북을 장악한 광부들의 분노 이후 발생한 비극을 다룬 다큐입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공권력의 복수로 고문과 폭행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억울한 사람이 끌려가기도 했죠. 배후자로 알려진 사람도 피해자이며 사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아이러니죠. 박봉남 감독은 절친이자 이 지역을 연구하는 황인욱 정선지역사회 연구소장의 이야기가 추측이 됩니다. 그의 나레이션 속에 역시 광부이자 그의 형이었던 황인오 씨와 이야기가 연결이 되지요. 인욱 씨의 친구의 아버지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어머니도 모진 고문을 당합니다. 친구는 자신의 가정을 파탄낸 군인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죠. 억울한 누명에 걷고 숨쉬는 게 불편했었던 강윤호 씨의 경우 재심을 통해 4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게 됩니다. 묘하게도 이 다큐는 피의자의 입장도 들어보는데 고 이재기 지부장의 아내는 결박되어 마치 마녀사냥처럼 붙잡혀 있는데 공금을 횡령했다는 소문과 달리 공금을 횡령하고 진짜 도망친 윗선을 커버하다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됨을 훗날 이들의 가족들의 증언을 통해 전해지게 되죠. 이외에도 역시 광부 가족이 있었지만 공권력의 축에서 어쩔 수 없이 대치해야 했던 당시 경찰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결국 ‘갑과 을의 싸움’이 아닌 을과 을 혹은 그보다 더 낮은 ‘병과 병의 싸움’이었다는 점에서 폭력에 가담하고 방임한 정부와 충분히 사리사욕을 챙기고 달아난 탄광 회사 어느 쪽도 이 광부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살기 위해 서로를 밀고하고 동명이인이 붙잡혀 구타당하고 고문받는 것… 이건 코미디도 안 되고 ‘블랙 코미디’는 더더욱 아닌 슬픈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땅의 끝자락 막장… 이보다 더 슬프고 화가 나는 ‘진짜 막장’이 여기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이들은 정부와 회사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