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6/착하고 귀엽고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멍멍이 인디와 함께라서 그래도 즐거웠고, 진흙인간도 두렵지 않았음.

7.6/착하고 귀엽고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멍멍이 인디와 함께라서 그래도 즐거웠고, 진흙인간도 두렵지 않았음. / 보통의 공포영화에선 허공이나 문 밖 등을 보고 마구 짖으며 불안과 긴장을 유발하거나 혹은 공포의 대상에게 일찌감치 희생당해서 불길한 징조를 암시하는 식으로 활용되곤 하는 멍멍이를 여기선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아예 멍멍이의 시점으로 영화를 전개해나감. 설정부터가 참신한 데다, 개인적으로 멍멍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지 않을 수가 없는 영화였음. / 멍멍이를 주인공으로 세운 만큼 연출적인 디테일들이 눈에 띄었음. 멍멍이의 시야를 구현하고자 카메라의 위치를 낮게 잡아서 제법 실감나는 앵글을 구현했고, 사람들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배제해서 멍멍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몰입을 끌어올렸음. 멍멍이의 뒷통수나 몸짓, 아주 미세한 표정 등의 변화를 최대한 포착하고 울음소리나 숨소리 등도 부각시켜서 멍멍이가 느끼고 있을 나름의 감정들을 꽤나 그럴 듯하게 전하기도 함. 공포 장면에서도 사람들과는 놀라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를 것이기에 그런 부분의 디테일을 살려서 조금은 변칙적인 연출을 보여주기도 함. / 내 멍멍이는 아니더라도 멍멍이와 함께한다는 생각에 뭔가 든든하고 뿌듯하고 그랬음. 뭔가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속 불안과 긴장이 느껴지는 와중에도, 으스스한 비주얼의 진흙인간이 다가와도 갸우뚱거리며 헥헥거리는 인디를 보여줄 때마다 안심이 되고 얼굴에 미소가 절로 번졌음. 공포영화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 이런 뜻은 아니고, 멍멍이의 존재 자체가 공포를 한결 누그러뜨려주기에 뭔가 여름에 에어컨 쎄게 틀고 이불 덮고 있을 때의 간질간질한 뿌듯함 같은 게 좀 느껴졌고, 때문에 무서운 거 못보는 사람도 충분히 볼 수 있을 만한 공포영화다 싶었음. / 점프스케어의 분량은 크지 않았고, 대신 화면의 한 구석에서 뭔가가 스멀스멀 기어나오거나, 멀찍이서 천천히 다가오거나, 어딘가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오는 등의 공포 연출을 통해 긴장감과 불안감을 서서히 증폭시키는 연출이 주를 이뤘음. 멍멍이 인디의 눈에만 보이는 듯한 시커먼 진흙인간의 흔적과 실루엣은 인디가 막 눈에 띄는 큰 리액션을 보여주는 편은 아니었음에도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제법 유발해줬고, 인디가 귀여운 와중에도 공포영화로서의 본분은 그럭저럭 지키고 있구나 싶었음. 다만, 아무래도 빌드업에 좀 더 적합한 공포연출인지라 중반부까지는 유효하게 먹혔더라도 후반부에서마저 비슷한 그림이 계속되니 단조롭게 반복된다 느껴졌고,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피로감도 살짝 밀려와서 좀 아쉬웠음. 멍멍이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멍멍이의 연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니 리액션의 부족을 비롯해서 여러 제약들이 있었겠지만, 어쨌즌 공포 장르물로서의 뒷심이 좀 부족하다 싶어서 아쉬웠음. / 막판에 살짝 <식스센스> 느낌의 짤막한 반전이 펼쳐지는데, 마침내 인간 캐릭터의 얼굴이 화면에 또렷하게 등장하고 자신의 시체와 마주하며 충격에 빠지는 등, 이전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긴박한 양상으로 흘러가기에 그럭저럭 임팩트가 느껴지긴 했음. 진흙인간에게 끌려가는 반려인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튀어나가는 인디의 모습은 일순 감동을 불러일으켰고, 끝내 어둠 속으로 멀어져가는 반려인을 바라보는 인디의 모습에선 슬픔과 안타까움이 밀려왔음. 그래도 갈수록 망가져만 가는 반려인을 지켜보며 불안과 두려움을 느껴야 했던 인디가 결국에는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찬 모습을 보여주기에 앞선 상황과는 또다른 감동이 느껴졌고, 안심도 돼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마무리를 보여줬다 싶었음. /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서 열심히 킁킁거리는 인디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내내 무겁고 불안정한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마침내 맞이하게 된 평화, 평온함이라 마음이 절로 안정되는 기분이었고, 인디는 끝날 때까지도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