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도와 해설

전반 DEATH (TRUE)2은 과학자가 숭고하지 않다는 파운드 푸티지로 시작한다. 눈 뜨고 잠에서 깨 문을 열고 도망치지 않으려는 안간힘에도, 아스카와 신지를 필두로 한 문 닫고 눈 감고 잠으로 도망치고 싶은 원심력으로 온통 파편화돼 있다. 에드워드 양 전작과 에반게리온 전작이 비슷한 시기에 전체 개봉을 마치고 문화 비평 필자 수가 독자 수를 압도하는 기묘한 나라, 서울 공화국에 어울리게 모두 각자 할 말만 하고 배당된 설명만 읊는다. 서술하는 문장 하나 없이 즉발적 감정과 일시적 상황의 낱개 단어들만 주구장창 자막으로, 초침처럼 날카롭게, 틈입한다. 애써 깨끗하기를 포기하고 이만 더러워지고 싶다던 미사토의 대사처럼, 결국 도망친 태아 꼴로 병동에 잠든 아스카의 나신을 보고 신지가 딸 한 번 치더니 현타가 왔는지 후반 REBIRTH의 내러티브는 구심적으로 선연하다. 순서상으로도 시간상으로도 후행하는 후반이 선행하는 전반을 설명한다. 전반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대사가 신지의 도망치면 안 돼였다면 후반에서 역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아스카의 죽고 싶지 않아가 동전의 양면처럼 그를 수식, 보충, 해설한다. 되감았다가 재생하는 꼴이고 기실 두 목소리가 아니라 두 사람이 양쪽 이어폰을 통해 각자 듣는 같은 독백이다. 전반 단 두 번의 엠비언트 익스트림 롱테이크는 엘리베이터에서의 레이와 아스카, 기지 공동에서의 신지와 카오루 각각의 투 샷이었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에바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레이의 말에 대한 화답 같은, 고마워 너를 만나 기뻤어라는 카오루의 유언과 함께 현실은 폐막하고 마음은 닫혔다. 후반이 전반의 조각난 현실에 대응하는 꿈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나머지 둘에 비해 진폭 적은 고정점 같았던 레이가 더 이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미 인형으로 증식해서 일순 절멸된 그녀는 후반부를 성립시키는 토대로 공기처럼 편재해 있다. 죽음이라는 삶의 바탕을 하사하겠다는 미명 하에 침투한 제레의, 동족상잔이 투항한 요원을 굳이 확인 사살까지 하거나 시체를 밟고 지나가는 트럭 등으로 강조된다. 시리즈가 리부트되며 사실상 삭제된 제레라는 설정이 공교롭게도 후반부의 핵심 동력임은, 현실을 조율해 꿈으로 연주하는 양태로 후대에 재발견, 채굴, 상상된다. 마침내 성사된 전반의 합주 장면에는 연주자 없는 무인 풍경의 나열 끝에 소모품으로 사라질 포스 칠드런 뿐이고, 신지가 그렇게 도와 달라고 문자 그대로 사정했더니 후반에 아스카는 진짜 도와 준다. <사도신생>은 후천적으로 <지구 최후의 밤>과 동일한 구조로 수렴하게 됐다. 꿈과 현실, 우연과 상상 등 둘로 나뉜 시네마라는 21 세기 영화 구조를 우연히 선행하게 됐다. 2025.10.31 (금) 09:20 ~ 10:59 CGV 영등포 5관 (La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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