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엔

비엔

2025.11.05

스포일러 주의!

대도시의 고독 속에도, 우리는 닿아있음에

*넷플릭스 - 실연당한 경찰 223은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읍니다. 5월 1일은 그의 생일이고, 파인애플은 전여친이 좋아했던 음식이거든요. 외로움을 잊기 위해 바를 찾은 223은 찾은 바에서 금발 가발을 쓴 여자를 만납니다. 금발 가발은 범죄자로, 인도인들을 이용해 마약을 밀반출하려다, 인도인들이 마약을 들고 나르는 바람에 한참 소동을 겪고 왔죠. 223과 금발 가발은 호텔로 올라가는데 금발 가발은 잠만 잘 뿐. 폭식과 영화 감상으로 밤을 보낸 223은 호텔을 나와 슬픔을 잊기 위해 조깅을 하는데, 금발 가발로부터 생일 축하한다는 삐삐 메시지를 받습니다. 또다른 실연당한 경찰 663은 단골 식당의 종업원 페이와 자주 마주칩니다. 평소 663을 짝사랑했던 페이는 우연히 그의 집 열쇠가 생기자 그의 집을 수시로 들락거립니다. 여느때처럼 그의 집에 있다가 예상치못하게 집에 돌아온 663을 마주친 페이. 페이는 재빨리 내빼지만 663은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페이는 그와의 데이트에 잔뜩 들뜨면서도 결국 그를 바람맞히고, 663의 전여친처럼 스튜어디스가 되어 홍콩을 떠납니다. 1년 후, 홍콩에 돌아온 페이는 식당을 인수한 663과 재회합니다. 우리가 사랑한 90년대 홍콩을 한 단어로 한다면 중경삼림 아닐까요? 그만큼 매력적인 감성과 비쥬얼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스토리 요약을 하긴했지만, 크게 중요하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인물들의 감성이 더 중요한 영화니까요. 제 기억에 두번째 관람인데, 첫 번째는 꽤나 고독한 느낌을 받았던 거 같은데.. 다시 보니 영화가 꽤나 발랄합니다. 꼭 왕페이 때문만은 아니고요, 금성무나 양조위, 심지어 임청하마저도 그렇게 어둡거나 가라앉은 느낌은 아닙니다. 고독보다는 연결에 대한 영화 같습니다. 작은 인연을 시작으로 서로 연결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나란히 전해지니까요. 호텔에서 시시한 밤을 보낸 후, 음성메세지 만으로 223과 금발 가발은 연결되고요. 이별 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663과 왕페이 사이도 단절되었다기 보다는, 흐릿했던 것이 선명해진다고 느껴져요. 애초에 왕페이가 그의 집에 드나들때도요, 둘은 이미 연결되었죠. 633이 몰랐을 뿐. 그렇기 때문에 왕페이는 짝사랑 상대의 데이트 요청에도 쿨하게 떠날 수 있지 않았을까요. 2025년에 다시 보니, 왕페이의 주거침입은 심각한 수준이지만요. 미장센에서 1부와 2부의 차이가 있다고 느꼈는데 촬영감독이 다른 모양이네요. 1부의 카메라 워크나 빛 번짐은 멋집니다. 난시가 있는 사람 입장에선 마냥 반갑지 않았지만요. 그 당시로는 더 파격적으로 다가왔으려나요. 1부은 충킹맨션이라는 공간 때문에 어두운 느낌도 컸는데요, 2부는 한층 감성적입니다. 샐러드나 핫도그 따위를 파는 스낵바와 에스컬레이터는 로망 속 홍콩의 모습입니다. 양조위의 아파트는 낡은 수준을 넘어 허름할 정도입니다. 근데 왜 우린 그 공간을 깔끔한 호텔방보다 더 로맨틱하다 여길까요? 양조위와 왕페이, 주가령이 있어서일까요?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젊은 금성무와 양조위가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이었습니다. 90년대의 홍콩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한국을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외국에는 K드라마에 비친 한국을 로맨틱하고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지금의 서울은 90년대 우리에게 홍콩 같은 존재일려나요? PS1. 영화에 인도인(남아시아인)이 참 많이 나오던데요. 그 시절 홍콩에 인도 이민자가 많았나 봅니다. PS2. 금성무가 폭식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의 젊은 위장이 부럽더군요. 지금의 금성무는 그렇게 못 먹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