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죽음은 삶의 반의어이자 동의어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그래서 삶은 본질적으로 잔인하다. 가족과 멀어지고, 사랑에 실패하고, 육체가 망가지고, 기억이 사라지는 고통의 연속이 곧 살아간다는 것이고, 곧 죽어간다는 것이다. 죽음은 단순히 삶의 마지막 순간에만 찾아오는 사건이 아니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하루하루 견디며 희망이 1mm씩 닳아 없어지는 모든 과정임을 이 영화는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듯하다가도 다시 손을 놓아버리는 순간들,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자기만의 고집과 의지를 어떻게든 비집고 꺼내놓는 장면들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가족 간의 단절, 노환, 알코올 중독, 불륜, 우울증과 자살 등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문제가 영화 속에 한꺼번에 등장하지만, 이를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지저분하고 추하지만 현실적인 모습 그대로 정직하게 그려낸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더러운 장면 사이에서도 인간 존재의 우스꽝스러움에 웃음이 터지고, 냉소와 체념을 유머로 바꾸어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며 묵직한 주제와 긴 러닝타임의 압박을 조금씩 덜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늦든 빠르든 결국 죽음으로 끝나는 삶을 매일 다시 살아가는 일은,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영화를 보고 또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또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다음 장면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반복된 관람 속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디테일이 새롭게 드러나듯, 상실과 후회, 회의와 체념으로 얼룩진 일상의 반복 속에서야 비로소 내 안에 있는 미세한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