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샤일록
2025.12.12
인생의 어떤 국면을 떠올리든, 이 안에 있다
하고많은 인생을 다룬 영화 중에서도 가장 완전체에 가깝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대부분의 영화는 누군가의 삶을 그릴 때 그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삼지만, 이 영화는 누군가가 아닌 삶 자체가 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각 등장인물들이 불완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생의 얼굴이 하나하나 모여, 삶이라는 경험 전체의 모습이 드러난다. 3시간동안 인생의 여러 국면을 한꺼번에 지나온 탓에, 영화가 끝나자 폭삭 늙어버린 듯한 기분마저 들기도 했다. "앞만 보고 뒤를 못 보니까 반쪽짜리 진실만 보인다"는 '양양'의 말처럼, 인간의 인식은 언제나 부분적이다. 세상도, 타인도, 심지어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내가 다르기에 자기 자신조차 반밖에 파악할 수 없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영화에 매혹되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를 카메라가 대신 비춰주기 때문이다. 삶을 절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전체를 보고 싶어 하고, 그 욕망이 우리가 놓친 반쪽을 향해 시선을 뻗게 만든다. 위에서 언급한 양양의 대사를 비롯해, 인생을 관통하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쏟아져 나오는 영화였다. 세상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느껴질 때,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두려울 때, 이 영화의 명대사들을 마음 한편에 품고 있다가 꺼내 보고 싶어질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절반의 진실밖에 보지 못하고 계속 살아가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보는 절반을 찾아 나서는 시간들이 내 삶의 폭을 조금 더 넓혀줄 것이라고 믿고 싶다.
